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 Apr 09. 2020

[Day7] 스페인에서 남프랑스로

바르셀로나, 남프랑스 몽펠리에, 아비뇽

유럽여행 내내 우리는 유럽의 다양한 이동수단을 골고루 이용했다. 유럽'연합'의 위용이 느껴졌던 건 바로 국경을 넘나드는 기차.


바르셀로나에서 남프랑스로 넘어갈 때는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스페인과 프랑스를 잇는 초고속 열차가 개통되어서 스페인의 마드리드부터 시작해서 마르세이유/리옹/파리까지 이어지는 철도가 운행되고 있다.  우리가 지나가는 여정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남프랑스의 몽펠리에. 총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노선이다.


이른 아침 기차를 타느라 정신이 없는 나

우리나라의 KTX와 같은 스페인의 renfe를 타고 출발!  아침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기차에서 부족한 잠도 자고, 남프랑스 여행책자를 읽으며 남프랑스 여행지 공부(?)도 하면서 여유롭게 이동했다.


기차타고 프랑스 가는 길! 여행지에서 무거운 트렁크를 담당했던 남편은 많이 피곤했나 보다.

이른 아침 시간의 기차 안. 우리나라에서도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기차를 많이 타봤지만 이때 프랑스로 가는 기차에서의 느낌은 좀 색달랐다. 주변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스페인어, 불어 등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라서 주변소리가 오히려 백색소음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옆에 앉은 남편은 까무룩 잠들었고. 나는 여행 책자를 보고, 간식을 먹고, 혼자 노래를 듣기도 하고, 창 밖 풍경을 보면서 멍 때리는 시간. 주변의 아무것도 나를 방해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여행 오기 직전에는 다니던 회사의 퇴사, 이사 등등의 이런저런 문제로 정신이 없었는데 오히려 낯선 곳에 던져지니 평안한 기분이 들었다.


기차를 타러 가는 길은 서두르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아침이기도 해서 잘 몰랐는데 이 날은 날씨가 매우 좋았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면서 주변의 경치가 변하는 걸 구경했다. 도시에서 도시로 넘어가고, 국경을 지나오는 만큼 경치가 달라졌다. 화창한 날씨 덕에 멋진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들판을 마음껏 구경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너른 들판과 지평선이 펼쳐지는 풍경은 눈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상쾌했다.    

가는 내내 이런 멋진 풍경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스페인을 떠나는 기차여행을 마치고 몽펠리에 역에 도착한 우리는 허기진 배를 빨리 채우기 위해 역 앞의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비영어권 나라에 가면 영어가 그렇게 친근하게 느껴진다더니, 프랑스의 맥도날드 키오스크 자판기 앞에서 그 말이 진짜임을 실감했다. 비슷비슷해보이는 버거들이 불어로 적혀있는데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혹시라도 이상한 맛이 나는 버거를 고르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멍청한 걱정이었다. 제아무리 불어가 최고인 프랑스라도 맥도날드는 맥도날드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맛이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만만세.


키오스크는 낯설었지만 맛은 전혀 낯설지 않았던 맥도날드


몇 번의 유럽여행을 경험한 남편은 이번 유럽여행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남프랑스를 꼽았다. 남프랑스는 가본 적이 없다며 유명한 휴양도시들과 남프랑스 끝에 있는 모나코를 꼭 가보고 싶어 했다. 이런 남편의 소원에 맞춰 우리는 남프랑스 일대를 한 바퀴 쭉 돌아보는 자유여행을 가기로 했다. 미리 예약해둔 숙소를 중심으로 까시스, 니스, 칸, 모나코 등 큰 도시들만 중점적으로 찍어놓고 자유롭게 옮겨 다니기 위해 렌터카를 빌렸다.


예약해둔 렌터카를 인수받고 이동한 첫 도시는 아비뇽. 아비뇽 유수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고, 이동하는 루트 중간에 있는 도시라서 들러보기로 했다. 세계사도 모르고 기독교 역사는 더더욱 모른 체 사전조사를 거의 하지 않고 갔던 나에게 아비뇽의 느낌은...  바람이 많이 부는 조용한 동네?


아비뇽 성당(?)을 뒤로하고 찍은 인증숏

노을이 지는 오후라서 그랬을까... 굉장히 황량하고 쓸쓸한 분위기의 동네였다. 성당과 돌성으로 둘러싸인 너른 광장이 있었고, 그 주변에는 나무와 산책로 같은 길이 놓여있는 조용한 시골 동네 느낌이났다.

유명한 다리를 배경으로 인증숏(...)


강을 둘러싼 주변의 경치들이 좋기는 하였으나, 특별하게 엄청 좋은 광경이라고 하기에는 소박하고 아담한 동네였다. 주변을 가볍게 돌아다니면서 산책을 하는 것으로 아비뇽 구경을 마무리하고 숙소가 있는 엑상프로방스로 이동했다.


남프랑스 여행은 대부분 렌터카로 이동하는 걸 추천한다고 하던데, 과연 그럴만했던 것이 남프랑스의 주요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들이 차로 1~2시간 단위로 떨어져 있기 때문인 듯하다. 각 도시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하루나 반나절 정도면 구경이 가능한 수준이다. 도시마다 숙소를 옮겨 다니면서 구경할 필요까진 없고, 숙소를 한 도시에 정해놓고 옮겨다니기에는 이동거리가 그리 가깝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을 것 같았다.


남편은 다회의 유럽여행 경험을 통해 유럽에서의 운전경험이 있어서 렌트카로 여행을 다니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구체적으로 짜여진 일정 없이 다니기로 했는데 베스트드라이버와 결혼한 덕분에 남프랑스를 여행하는 내내 몸과 마음모두 편안하게 다녔다.

  

여행내내 기깔나게 운전과 주차를 해결한 남편. 렌트카 여행의 또다른 묘미는  멋진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며 여행할 수 있다는 점!


렌터카를 타고 여행하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은 멋진 남프랑스의 자연풍경을 마음껏 감상하며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들판, 지평선, 그리고 커다란 바위를 멋지게 조각해놓은 것 같은 멋진 암산들이 주변에 끊임없이 펼쳐진다.


차를 타고 가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자연 풍경들이 화창한 날씨와 햇빛을 만나서 훨씬 매력적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이런 멋진 경치를 보고있노라면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자연과는 또 다른 멋이 있는 풍경들이기 때문에 그냥 드라이브를 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을 양껏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운전을 하는 남편은 많이 힘들었겠지만...)


미리 예약해둔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숙소 근처(라고 해도 한 20분~3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마트에 가서 며칠 동안 먹을 음식들을 양껏 사서 돌아왔다. 숙소는 엑상프로방스 교외에 있는 단독 주택이었는데 숙소 근처에 까르푸 엑상프로방스 점이 있어서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대형마트의 구성이 나라별로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익숙하게 물건의 위치까지는 찾을 수 있었는데, 문제는 낯선 식재료와 프랑스어.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지, 혹시 전혀 다른 맛이 나는 건 아닌지 찾아보느라 고생했다. 구글 번역기를 통해 프랑스어와 고군분투한 끝에 적당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이 생긴 음식들을 사 올 수 있었다.


마트에서 사 온 레토르트음식+고기+샐러드+토마토&치즈로 만든 저녁상



이렇게 남프랑스의 첫 번째 날이 마무리되고 남편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남프랑스 여행이 시작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Day 6] 스페인, 바르셀로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