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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May 23. 2020

[Day8] 남프랑스, 까시스 깔랑끄

두 눈이 시원해지는 산과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 깔랑끄 국립공원

남프랑스 두 번째 날. 오늘은 남편이 꼭 가고 싶어 했던 트래킹을 가기로 했다. 이번 유럽여행에서 남편이 꼭 가고 싶어 했던 루트여서 남프랑스 여행기를 찾아보니 맛있는 와인이 많고 휴양지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만 나오지 트레킹 길은 안 나와서 어떤 곳인지 전혀 예상을 못한 채로 출발했다. 


어제 마트에서 잔뜩 충동구매한 식재료를 총동원한 아침식사

오늘의 일정은 오롯이 트래킹길 한 곳뿐이었기 때문에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점심으로 챙겨 먹을 과일과 빵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숙소인 엑상프로방스에서 목적지인 까시스에 가기 위해 차를 타고 30분 ~ 40분 정도 달렸던 것 같다. 


밥 많이 먹고 출발해서 기분 좋은 나와 운전하느라 심각한 남편


차를 타고 가면서 찾아보니 우리의 목적지는 까시스에 위치한 깔랑끄 국립공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어떤 사람은 '파리를 보았으나 까시스를 보지 못한 사람은 아직 프랑스를 보지 못했다고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행 책자에 쓰여 있는 말이었는데 대체 어느 정도길래?라는 생각에 차를 타고 가는 길에서야 조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40여분 정도 달려서 도착한 동네의 느낌은 고급 주택가 느낌? 대중교통으로 오기는 쉽지 않은 길을 굽이굽이 달려 동네 어귀에 도착했다. 까시스는 남프랑스에서도 부유층들의 휴양지로 유명하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높은 담장으로 가려진 호화 주택들이 즐비한 동네였다. 

 

요런 골목들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고급 주택들로 구성된 동네였다. 이런 골목 어딘가에 주차구역을 찾아 어렵사리 주차를 성공!


여기가 대체 어디인지, 이런 동네 어디에 국립공원이 있다는 건지 상상이 전혀 안됐는데, 이 동네에서 도보로 15~2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깔랑끄 국립공원은 자연보호를 위해 교통을 통제하기 때문에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가야 한다. 한산한 남프랑스 동네 어드매에 유료주차구역을 겨우 찾아 주차를 하고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골목이 끝나고 조금씩 산을 비집고 들어온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요트 주차장(?)인지 요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장면을 시작으로 멋진 풍경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풍경이 보이면 이제 시작이다


지도를 찾아보면 깔랑끄 국립공원 트레킹 길은 루트가 어러 가지가 나온다.  우리는 왕복 3시간, 편도 1.5시간짜리 루트로 트래킹을 했다. 올라갈 때는 바닷가 풍경이 보이는 루트로 올라가서 내려올 때는 뒤편 산 쪽 풍경을 볼 수 있는 루트로 내려왔다.  


검색하면 나오는 지도. 

깔랑끄 국립공원 투어 관련해서 찾아보면 알겠지만, 요트나 배를 타는 투어 프로그램도 유명하다는데, 실제로 우리가 투어를 하면서 바다에서 관광 투어를 하는 요트를 여러 대 봤다. 헉헉대며 트레킹 길을 걸어가면서도 바다 쪽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당연히 멋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직접 산길을 올라가서 산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이 훨씬 멋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몸이 힘든 건 직접 걸어 올라가는 게 더 힘들겠지? (우리는 배를 타는 투어 프로그램을 해보지 않아서...)



동네가 끝나고, 주차장같이 생긴 곳이 등장하는데 거기서부터는 지척에 호화주택단지가 있었던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갑자기 흙바람과 함께 황량한 대자연이 등장한다. 여기가 맞나? 하고 알쏭달쏭한 생각이 들어도 걱정하지 마시라. 주변에 매우 자유분방한 차림으로 누가 봐도 트래킹 하러 왔구나 싶은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을 테니 따라가면 된다. 


어슬렁어슬렁 따라가다 보면 돌산과 암산, 흙바닥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여기서부터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느낌이 팍 든다.  그렇게 터덜터덜 흙먼지가 일어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아까는 멀리서 봤던 바다가 눈앞에 확 하고 펼쳐진다. 이 바다를 봤을 때 바닷물의 색깔을 보고 '진짜 멋지다'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너무나도 멋진 바다가 최고의 날씨와 햇빛을 만나서 에메랄드색으로 정말 투명하게 반짝거린다. 



혹시 남프랑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 중에, 깔랑끄를 갈까 말까 고민하는 분이 계신다면 직접 눈으로 보러 가는걸 정말 추천한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 빛깔이다. 10월의 가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맑은 날씨에 햇살이 뜨거워 조금 힘들긴 했지만 눈이 좀 부신 게 무슨 대수랴! 이 날 영롱한 햇빛 덕분에 정말 아름답게 찬란한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길을 따라갈 때마다 '산과 바다'가 최고로 멋지게 조합된 각종 버전의 풍경들이 펼쳐진다. 깎아지른 암산과 나무와 바다가 절묘하게 어울려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입구에서 20분 정도 걸어서 돌산을 헤치고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그마한 해변이 나온다.  투명한 바닷물이 산과 산 사이에 깊숙이 들어와서 만들어진 해변인데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는 가족단위 여행객이 한두 팀 정도 있었다. 대부분은 트래킹길 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 산속 깊이 물이 들어와 맑은 에메랄드빛 해변을 만들어낸 모습이 아담하니 좋다. 

해변 풍경 사진을  찍는 남편 ㅋ 


나중에 여행을 마치고 찾아보니 이 해변에서 사람들이 찍은 사진이 SNS에 많더라.  (인스타그램에 까시스 깔랑끄 검색해보시면... 뭔가 힙한 수영복을 입은 분들이 사진을 많이 찍어두셨다) 물놀이를 목적으로 오셨다면야 이 해변에서 물놀이하면서 사진 찍는 것으로 여행을 마쳐도 괜찮겠지만, 이 작은 해변은 깔랑끄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경치의 정말 작은 부분이다. 이곳이 아니라도 남프랑스에는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휴양지가 많을 테니, 혹시나 인스타 사진을 보고 이 해변에서 인증숏+물놀이를 목표로 깔랑끄 국립공원을 가려고 하신다면 말리고 싶다 ㅠㅠ 진심으로 이 해변이 다가 아니라는 거! 위로 올라갈수록 주변의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으니, 꼭 이 해변을 지나서 다음 코스로 트래킹을 가보시는 것을 매우 매우 추천한다. 


해변가를 지나면 갑자기(?)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돌길이 등장한다. 생각보다 가파른 길도 중간중간 있고, 거친 돌길이 대부분이라서 쪼금 힘들었다. 슬리퍼나 여행용 샌들을 신고 오면 꽤나 힘들 것 같으니 운동화를 챙겨가시길! 트래킹 하는 동안 놀랐던 점은 국립공원 내에 화장실이 없다(!) ㅠㅠ  근처 수풀이 우거진 어딘가에서 볼일을 해결하는 게 최선인 듯... ㅠㅠ


이런 돌길이 계속 이어진다.

한 40~50분 정도 걸어 올라가서 아 좀 힘든데? 싶은 생각이 들 때쯤 앞으로는 바다, 뒤에는 암산이 펼쳐지는 절경이 나온다. 바다와 절벽, 그리고 암산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서 한참을 감탄하며 구경했다.  앞으로는 바다, 뒤로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암산의 풍경이 매우 인상 깊었다. 사진을 찍는 재주가 없어서 사진에는 그 멋진 풍경이 다 담기지 않았지만 힘들게 걸어 올라간 게 전혀 후회되지 않을 풍경이었다. 



정상에 도착해서 찍은 인증샷과  경치를 구경하는 나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바다가 보이는 루트로 걸어 올라갔고, 내려오는 길은 산이 보이는 뒤편(?)으로 걸어 내려왔다. 길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내려오는 길목마다 각각의 루트를 나타내는 페인트로 색을 칠해둔 바위와 돌이 있으니 이 바위와 돌을 보면서 차근차근 내려오면 길을 잃지 않고 트래킹 할 수 있다. :) 남프랑스의 두 번째 날은 깔랑끄 트래킹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 떡볶이와 라면이 얼마나 맛있던지 ㅠㅠ


유럽의 퍽퍽한 빵에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엑상프로방스 시내에 있는 아시안마트에서 겨우겨우 떡볶이와 라면을 구매했다.  먹자마자 속이 풀리는 개운한 라면과 떡볶이로 더더욱 완벽하게 마무리했던 남프랑스 둘째 날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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