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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May 31. 2020

[day9] 엑상프로방스, 마르세이유

남프랑스 여행 셋째 날 : 엑상프로방스, 마르세이유

한 달이 넘는 전체 유럽여행 일정에서 빡센 파트와 널널한 파트가 있었는데, 남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우리가 널널하게 여행하기로 한 지역이었다. 짜여진 일정이 없어서 매일 그날 그날 남프랑스 여행 책자를 보면서 가보고 싶은 곳을 즉흥적으로 가보기로 했다.


전 날 깔랑끄 투어를 마치고 느즈막히 일어난 우리는 오늘은 쉬어가는 느낌(?)으로 어제 잠깐 들렀던 엑상프로방스 시내를 한번 더 둘러보기로 했다.



우리가 도착한 엑상 프로방스 시내가 크게 넓지 않아서 시내를 한바퀴 도는 동안 젊은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알고보니 엑상프로방스는 도시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인구가 대학생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유명한 대학교가 있는 지역이라, 엑상프로방스로 학업을 위해 건너오는 젊은 인구가 많다고.


엑상프로방스에서 인상깊었던것은 (대부분의 유럽이 그러했지만) 동네의 분위기가 매우 오래된 그림같았다는것. 세월의 흐름을 모두 간직한듯한 베이지색 건물들과 좁은 골목길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것이 한국의 여느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특히 엑상프로방스의 골목길은 다른 유럽의 도시들보다 훨씬 오래되고 쓸쓸한 느낌이 돌아서 분위기가 참 고즈넉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인적도 드물고 조용한 엑상프로방스 시내의 어느 골목길. 창가에 고양이 한마리가 너무 귀여워서 그냥 찍어봤다.


중간에 카페테리아에 잠시 앉아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그라네 미술관을 구경했다.

그라네 미술관의 내부는 촬영이 안된다고 해서 사진이나 다른 것을 찍지 못했는데 미술과 관련해서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우리에게 그라네 미술관은 다소 어려웠다.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로 방문해서인지, 무언가 특별전 스러운 느낌의 전시도 하고 있었고, 여러 그림들이 전시되어있었지만 우리 부부는 딱히 큰 감동은 얻지 못하고 미술관 구경을 마쳤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나는 이 때 여행 가이드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잠깐 들린 카페에서 마신 카푸치노와 에스프레소.


엑상프로방스를 검색하면 라벤터 투어도 많이들 하던데 우리는 라벤더 투어는 딱히 하지 않았다. 세잔의 아뜰리에도 많이 방문하던데 남편과 나는 세잔의 아뜰리에도 딱히 땡기지 않아서 방문하지 않았다. (써놓고 보니 이럴거면 엑상프로방스에 왜갔을까?ㅋㅋㅋ) 엑상프로방스 시내를 직접 방문해보면 알겠지만 그라네 미술관을 중심으로 작은 규모의 식당, 기념품가게, 카페, 베이커리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데 우리는 딱히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기념품에도 큰 관심이 없어서 가볍게 둘러보기만 했다.


가볍게 엑상프로방스 시내 투어를 마치고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마르세이유 대성당으로 가면  마르세이유의 시내와 바다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하길래 마르세이유로 가기로 했다. 차로 이동하는 길에 마르세이유에 대해서 검색해보니 프랑스에서도 치안이 안좋기로 유명하다는 글이 정말 많았다. 프랑스인도 마르세이유는 위험하다고 혀를 내두른다는 등의 글을 보고 얼마나 쫄았는지!


차를 타고 마르세이유 시내로 들어가다 보면 여기저기 건물벽에 그래피티가 그려져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엑상프로방스랑은 또 다른 느낌의 동네였는데, 뭔가 힙하면서도 자유로운 느낌이 바다와 잘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마르세이유에서는 딱 대성당에서 시내와 항구 전경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도보로 시내를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인터넷에서 마르세이유 대성당을 올라갈때 절대 걸어가지말고 무조건 버스타고 가라는 꿀팁을 본것 같은데.. 과연 그럴만 했던것이 올라가는 경사가 장난이 아니었다. 체감으로 몸이 반쯤 기울어져서 올라가는 수준의 경사의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했다. 우리가 렌트한 차는 (유럽의 대부분의 차가 그렇듯) 수동이었는데, 운전에 미숙한 사람이라면 몇번이고 시동을 꺼트릴 것 같은 극악의 난이도였다. 실제로 우리 앞에 가던 택시는 몇번 시동이 꺼졌었다. 하지만 우리 베스트드라이버(=남편)는 이 험난한 언덕길을 올라가는 동안 한 번도 시동을 꺼트리지 않았다! 굳굳 ㅋㅋ

어마어마한 경사의 오르막길인게 느껴지시나요....


골목은 좁고, 경사는 가파르고, 차는 수동이고... 운전을 능숙하게 하는 편인 남편도 마르세이유 대성당을 올라가는 길은 엄청 신경써서 운전해야했다.



그렇게 꽤 올라가다보면 마르세이유 대성당이 나온다. 대성당 앞에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으니, 그쪽에 주차를 하고 대성당 내부와 외부를 한바퀴 돌면서 주변 경치를 구경했다. 이날은 날씨가 약간 흐려서 산뜻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온만큼 바다와 시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이런 경치를 구경 할 수 있다.


대성당 근처를 잠깐 산책하고, 한참동안 바다와 도시 시내 경치를 구경하고는 마르세이유 근처의 카르푸에서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기로 했다.  장을 보러 들린 카르푸 주차장에서 멋지게 지는 노을과 기깔나는 하늘을 구경했다.


카르푸 주차장에서 찍은 하늘


남프랑스에서의 셋째 날은  유명한 관광지에서 대단한 무언가를 봤다거나, 멋진 무언가를 먹었다기 보다는 근교 도시들의 풍경을 마음껏 구경한 날이었다. 남프랑스의 작고 오래된 도시의 고즈넉한 골목길을 구경하고, 바다와 항구와 도시의 전경을 구경하고, 기깔나게 멋진 하늘과 노을을 구경한 하루.  이동하는 도시마다 풍기는 매력과 동네의 느낌이 모두 다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느끼기 힘든 이 나라와 이 도시, 동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즐겼던 하루였다.  


쉬어가는 파트였던 만큼 정말 무리하지 않고 설렁설렁 돌아다녀서 그런지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주변을 구경하고, 관찰하면서 보낸 남프랑스의 셋째날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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