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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Aug 14. 2020

[day 20] 동화에 나올 것 같은 로텐부르크

 네 번째 도시 - 동화 속 도시 같은 로텐부르크 & 딩켈스벨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뷔르츠부르크에 있는 교외 어딘가의 단독주택이었다. 시골 동네여서 그런지 숙소를 오가는 동안 강아지와 산책하는 부부 한 커플 말고는 마주친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와 가을 날씨, 정말 청명한 하늘과 가을 단풍이 어우러져서 진짜 편안한 동네라는 느낌을 받았다. 


숙소 앞 골목 풍경. 하늘좀 보세요 여러분.


우리가 네 번째로 방문하기로 한 도시는 로텐부르크와 근처에 있는 딩켈스벨. 이 숙소에서의 마지막 날이어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숙소를 정리하고 뉘른베르크로 이동했다. 뷔르츠베르크에서 로텐부르크까지 이동하는 데는 거의 한 시간 정도 걸렸는데 독일답게(?) 고속도로 매우 잘 관리되어있었다. 독일 여행하는 동안 운전을 참 많이 했는데 남편은 독일의 도로 컨디션과 대부분의 운전자들의 운전실력이 매우 좋다면서 운전하는 내내 즐거워했다.(ㅋㅋ) 달리는 길도 즐거웠지만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는 동안에 펼쳐지는 끝없는 들판이나, 지평선 같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자연 풍경을 구경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덕분에 독일 소도시를 여행하는 동안 이동시간(=운전시간)이 매우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과 주변 풍경을 구경하느라 전혀 지겹거나 하지 않았다. 


한 시간 남짓 달려서 도착한 로텐부르크는 중세시대 건물들이 남아있는 오래되고 조그마한 도시다. 도시 전체가 성벽에 둘러싸인 작은 도시인데 성벽 안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내부는 개조했을지언정) 외벽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마을 중앙의 광장에 있는 건물이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로텐부르크가 독일 전통 과자인 슈니발렌의 고향(?)이라고 하더라. 나는 몰랐는데 남편이 친히 로텐부르크가 독일과자의 고향이라는 걸 알아두고 슈니발렌을 맛볼 수 있는 유명한 카페를 찾아두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 남편의 준비성이란...) 이 날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이래저래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로텐부르크에 도착해서 정신 차려보니 이 슈니발렌을 파는 카페 안에 앉아있었다. ㅋㅋ 

카페 안에서 인증샷 ㅋ ㅋ

 남편과 나는 오리지날 맛이랑 커피를 시켰는데, 로텐부르크의  슈니발렌은 겉에 슈가파우더가 잔뜩 묻어있었음에도 별로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 슈니발렌을 파는 곳이 많이 있다. 망치로 깨 먹는 게 특이해서 한 때 유명했던 것 같은데 가격에 비해 별 맛이 없어서 나는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우리나라에 파는 슈니발렌은 약간 한국화 되어서 그런지 좀 단맛이 강했는데 여기서 먹은 슈니발렌은 그냥 담백하고 심심한 맛이었다. 식감도 맛도 건빵이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로텐부르크에 슈니발렌을 파는 카페는 검색하면 여러 군데가 나오는 듯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시고 방문해 보는 것도 여행 온 김에 나쁜 경험은 아닐 듯하다. 


카페를 나와서 도시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유럽에 여행 와서 몇 개의 도시를 이동하면서 느낀 것 은 각각의 도시마다 분위기와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점이다.  각 나라와 도시의 건물들이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 막상 다녀보면 건물들의 디테일이 다 달라서 그 나라와 도시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오래된 건물의 외관을 그대로 지킨 도시와 동네가 많아서 세월과 역사가 느껴지는 것과 건물의 색깔이 파스텔톤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은 비슷한데, 각 나라별로 건물의 구조와 외장? 그리고 창문의 모양 등 디테일이 달라지는 게 그 도시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 같았다. 특히 로텐부르크는 다른 유럽뿐만 아니라 독일의 다른 도시들 보다도 훨씬 '동화 같고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강했다.  

정말 어디 그림책에 나올것 같은 동네의 모습.


동네의 규모가 작아서 아기자기한 것 도 있었지만, 창문과 대문의 모양과 배치가 어렸을 때 동화책에서 보던 집의 모습이랑 비슷해서 그런지 아기자기하고 귀엽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도시이다. 


강아지와 함께 공연을 하고 있는 삐에로 아저씨. 로텐부르크랑 너무 잘어울린다. :) 



특히 로텐부르크에 유명한 장난감 박물관이 있어서 더욱 귀여운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장난감 박물관이나 크리스마스 마켓에 들어가 보면 귀엽고 이쁜 크리스마스 장식, 장난감들을 엄청 구경할 수 있다. 정작 나는 그 안에 들어가서 장난감들을 구경하느라 사진을 못 찍었다. 특히 크리스마스 마켓 가게 안에서는 직원들이 사진을 못 찍게 해서 눈으로만 구경하고 사진으로 남겨두진 못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들이 많았는데...(아쉽) 그렇게 구 시가지 시내를 한 바퀴 돌고 동네 구석구석 골목을 걸어 다녔다. 



딩켈스벨은 로텐부르크에서 4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나오는 도시인데, 로텐부르크보다 더 작은 규모의 도시. 

우리가 독일에 방문한 게 한참 가을 단풍이 물들기 시작할 시점이어서 그런지 골목과 건물들 그리고 가을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멋졌다. :) 목적 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사진을 막 찍고 싶게 하는 풍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냥 내 눈에 너무 멋져서 찍어놓은 골목 풍경
멋지게 흐드러진 단풍나무와 남편 & 딩켈스벨 중앙 마을 어딘가에서 찍은나. (로텐부르크인가?)




이렇게 로텐부르크와 딩켈스벨을 한 바퀴 구경하고 나서 다음 목적지인 퓌센으로 가는 길이 멀었기 때문에 서둘러 퓌센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 


우리는'로맨틱가도'라고 불리는 독일 투어 루트를 참고해서 여행을 다녔다. 로맨틱가도는 뷔르츠부르크와 퓌센을 연결해서 내려가는 도로를 말하는데, 우리는 이 루트와 우리의 이동 경로 등을 고려해서 즉흥적으로 도시를 골랐다.  독일 소도시 여행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로맨틱가도를 키워드로 검색해서 여러 정보를 찾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대단히 크고 화려한 관광지는 없을지라도 탁 트인 하늘과 들판 등 한국에서 보기 힘든 넓게 쫙 펼쳐진 대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고, 전쟁으로 얼마 남지 않은 중세 독일의 분위기를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만족할 만한 투어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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