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bec
말벡 품종 와인에 대한 첫 인상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처음 마실 때의 까칠한 탄닌이 오래도록 인상에 남기도 했고 말벡을 마실 때 유독 편치 않은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와인은 죄가 없으나 대신 와인을 마시는 환경은 항상 중요하다. 말벡은 처음은 불편하지만 알수록 매력있는, 나에게 그런 이미지.
1.
낯을 많이 가리고 편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성격인데 자꾸만 다가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고마운 동시에 내가 그만큼 곁을 편히 내어주지 못하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
내 쪽에서는 그런 불편함이 있는 한 친구와 처음 둘이 술마셨던 날 친구는 “말벡 먹어봤어? 난 말벡이 참 좋더라” 하며 말벡을 주문했었다.
그 후로는 말벡 품종을 마실 때 항상 그 친구가 생각난다. 내가 보는 그는 예쁘고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상대방 눈치보지 않고 자기 의견을 먼저 말하는 타입, 그렇지만 전혀 상대의 의견을 묵살하지도 않고 오히려 사사롭고 복닥복닥한 감정다툼 같은 것은 없는 깔끔한 성격인데 어쩐지 같이 있으면 강한 그의 자아에 압도되어버리는 그런 사람.
첫 모금부터 성큼, 하고 큰 걸음으로 다가오는 말벡과 잘 어울린다.
함께하는 시간만큼 우리의 관계도, 말벡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편해지고 순화되었지만 그 특유의 까칠한 첫 인상이 아직 남아있다.
2.
말벡을 좋아한다는 또 다른 한 사람은 흑발의 머리카락이 앞머리 옆머리 뒷머리까지 새하얀 얼굴을 덮고 있는, 내가 아는 적어도 두 명 이상의 남자애들이 짝사랑했던 건너 아는 여자애. 말이 많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존재감은 확실했다. 목소리가 작으면 귀를 더 기울이게 되는 그런 비슷한 느낌.
그 친구와 같이 마셨던 말벡은 비교적 스윗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말벡답지 않다 라고 다들 평했었다. 생각해보니 두 번의 자리에 모두 그 아이를 짝사랑하는 남자애들이 같이 있었네. 그래서였네.
혀끝은 썼는데 분위기가 달달했나보다.
그 날의 나는 분위기를 눈치채고 자리를 비켜주었지.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서 만난 벚꽃이 참 예쁜 봄이었지.
3.
카테나 말벡을 처음 마신 날은 버스를 타고 아주 멀리까지 갔었다.
같이 마셨던 친구들은 오래 알던 이, 건너 아는 이, 이제 막 친해지고 있는 이, 조화로웠다.
말벡을 마실 때 쯤, 한 명이 누군가에 대한 섭섭함과 실망을 끄집어 내 공감을 갈구했다.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것 보다 아주 전염성이 강하다.
누구나 평소에는 꺼내기 힘든 자신만의 어두움을 이 틈에 슬쩍 꺼내어 상대의 감정을 통해 발산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억눌러 온만큼 더 폭발적인 쾌감.
나의 어두운 부분을 풀어헤치고 수습하지 못한 채 돌아설 때의 그 씁쓸함과 며칠 간의 불편함이 나는 두렵다. 그런 것을 공유한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일이 또 두렵다.
모든 만남은 그저 즐겁고 유쾌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또 나를 만나고 싶어했으면 좋겠다.
그날 나는 먼저 귀가했고 그 후로 그 어둠을 강요하는 조합에 가지 않았다.
4.
혼자서 카테나 말벡을 마셨을 때, 처음으로 말벡이 좋아졌다. 향도 성큼 마중나오고 컬러도 예쁜 자주색에, 알콜도 산도도 높은 자기주장 강한 아이였다. 말벡을 닮은 사람들이 쏙쏙 생각나고 조용조용한 느낌들은 아니기에 심심하지 않았다.
더 잘 만든 말벡 와인을 매력적인 자아를 가진 사람들과 먹고싶어졌다.
#malbec
아르헨티나 품종, 그러나 보르도 출신.
컬러 진하고 예쁜 퍼플레드, 블랙베리류의 향
1. Catena malbec
정말 이쁜 자주색
오크향, 톡쏘는 산미가 앞쪽으로 확 나오고
다음에 이어 바닐라 류의 부드러움이 따라온다.
알콜도 강하고 잘익은 과실향
2. Iscay
너무 인기가 많아 기대했는데
브리딩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목넘김이 부드러워질 것 같다. 처음은 아주 꺼칠꺼칠.
탄닌이 아주 강하다.
기회가 되면 다시 먹어보고 싶다.
*개인적인 느낌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