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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비 Sep 29. 2020

골목식당을 보다가 울었다

  9월 23일 자 골목식당을 보았다. 

  돈가스 집을 운영하는 젊은 남자 사장님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버지와 함께 장사를 하다가 사사건건 부딪힌 끝에 결국 아버지 가게를 나와 자신만의 가게를 차렸단다. 아버지와는 연락 안 하고 지낸 지 오래란다. 하지만 경양식 가게를 차리기 위해 경양식 가게 운영 경험이 있는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고, 오랜만에 아버지 가게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아버지는 아들의 부탁을 들어준다.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며 아들과 함께 소스를 연구한다. 백종원 대표가 찾아오는 날 아침, 아버지는 아들의 가게에 처음 방문한다. 그러고는 묵묵히 가게 앞 쓰레기를 줍고, 가게 안을 쓸고 닦는다. 아들은 "청소 다 했어~."하고 말하지만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해온 아버지 눈에는 부족한 점만 보이나 보다. 아무 말 없이 쓸고 닦는다. 


  그 장면에 난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버지 마음을 알 것만 같아서 그랬다. 부모가 된 지 3년 남짓, 아직 초보(?) 부모이지만,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난 후, 이 세상의 모든 부모 마음이 내 마음이 되었다. 


  




  영화를 보다 주인공에 감정 이입하거나 하지 않나. 나도 그래 왔다. 중고등학생 때는 앤 해서웨이의 <프린세스 다이어리>나 아만다 바인즈의 <왓 어 걸 원츠> 같은 하이틴 영화를 보며 그랬고, 조금 더 크자 로맨틱 코미디, 휴먼, 액션, 스릴러 온갖 영화의 여주인공에게 그랬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니 말이다, 주인공의 어머니, 주인공 친구의 어머니, 주연도 조연도 아닌 인물들(주로 부모) 마음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얼마 전에 본 <예스터데이>라는 영화를 보다가도 그랬다. 어떤 일을 계기로 이 세상은 비틀스가 사라진 세계가 되고, 오로지 주인공 잭만이 비틀스를 기억한다. 잭은 비틀스의 음악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가는데... 하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의 한 장면은 이렇다. 



  어렸을 적 노래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고 가수의 꿈을 놓지 않고 달려온 잭, 하지만 성공은 쉽사리 다가오지 않고, 부모님도 그런 잭을 걱정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잭은 정말 좋은 곡을 만들었다며 부모님 앞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바로 비틀스의 "Let it be"이다. 하지만 늘 실패해왔던 과거 탓인지, 부모님은 잭의 노래에 집중하지 못하고, 결국 잭은 앞 소절만 반복하다 노래를 마치고 만다. 


  부모님이 과연 "let it be"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를 기대하다가 첫 소절만 반복하다 끝나고만 웃픈 저 장면에서 , 난 또 부모에게 감정 이입하고 말았다. 어휴, 도대체 저 아이가 언제 자기 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을까. 어떻게 하면 상처 주지 않고 그 사실을 알려줄 수 있을까. 그래도 아이가 새로운 곡을 작곡했다고 하니 들어줘야지. 그런 마음이었겠지? 우리 아이가 늘 그저 그런 곡만 만들어왔다면 나도 무심결에 또 그저 그런 곡이겠거니 하고 흘려들었을지도 몰라... 하고 말이다. 그게 얼마나 명곡이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세상이 다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 아이를 끝까지 믿어줄 수 있을까? 내게는 그런 준비가 되어있나? 난 저 장면을 보며 부모란 어떠해야 하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부분이 다 다른 게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에서까지 부모 입장이 되어보는 내가, 내가 봐도 유난이다 싶기도 했다. 





  

  골목식당도 그렇다. 동년배로 보이는 돈가스 사장님보다도, 다 큰 아이 걱정을 하는, 쑥스러운지 말보다는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장님의 아버지가 내 마음을 울렸다. 몇 년 동안 대화다운 대화도 안 나누다가도, 아들과 함께 묵묵히 소스를 만들고, 아이 가게에 찾아와서 청소를 해주는 모습이, 말로는 뭐라 명확히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아, 저게 부모 마음이지.' 싶었다. 나라도 그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우리 엄마와도 닮아 있었다. 결혼을 반대했었지만, 내가 결혼하고 나자 일본의 신혼집에 와서 엄마는 묵묵히 청소를 해주었다. "청소 다 했다니까."라고 말하는 내게, 가스레인지 틈새의 기름때를 이쑤시개와 휴지를 이용해 닦아내면서 엄마는 말했다. "이게 청소한 거니. 깨끗하게 하고 살아야지." 

  이제야 엄마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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