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가 누군지 모르는 남편. 비유일 것 같은가? 비유가 아니다. 말 그대로이다. 나는 셰익스피어가 누군지도 모르는 남편이랑 산다.
남편은 공부와 그다지 연이 없었다.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 외가 쪽 식구들 모두 엘리트들이었음에도, 그는 방임주의+방치 주의 하에 자유롭게 컸다. 도쿄의 한 대학을 졸업했으나 공부한 기억은 없고, 가까스로 대학을 졸업한 덕에 웬만큼 큰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영업이라는 직종은 운 좋게도 그에게 잘 맞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신뢰와 인정을 받으며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어렸을 적 공부를 안 한 탓에, 우리 집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종종 벌어진다.
"아, 그러니까 그건 셰익스피어 원작을 각색한 건데..."
"셰이쿠, 뭐?"
"셰익스피어 있잖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음...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
"에이, 농담하지 말고."
저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쇼킹함이란...
그렇다. 사실, 셰익스피어 모른다고 사는 데 지장 있는 거 아니다. 남편 역시 이제껏 셰익스피어가 없는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아왔다. 나도 뭐 셰익스피어에 대해 얼마나 잘 아냐고 하면, 그저 몇 편의 소설을 읽은 정도이다. 하지만 말이다. 어떻게 셰익스피어를 모르지? 셰익스피어를 모르면서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지?!
하지만 말이다, 셰익스피어도 모르냐고 나처럼 우리 남편을 비웃은 분들, 투르게네프가 어떤 작품을 썼는지 아시는가? 슈뢰딩거가 무슨 업적을 남겼는지 아시는가? 나는 잘 모른다. 여기저기서 들어보고 읽어보기도 했지만 (부끄럽지만) 자신 있게 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상식이라는 건 무엇인가? 내가 아는 범위까지만이 상식이고, 내가 모르면 상식 밖인가?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친구와 전화를 한 적이 있다.
"아니 글쎄 말이야, 남편이 아직 알아듣지도 못하는 애한테 책을 읽어주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는 거야... 정말 한심하지 않아? 상식이 없어, 상식이..."
5개월 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남편 이야기를 하며 내 친구는 혀를 내둘렀다. 졸지에 친구 남편은 몰상식한 사람이 되었다.
친구 말도 이해가 간다. 나도 똑같이 생각했을 거다.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며 "어떻게 저것도 모르지?"라는 생각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내 생각이라고 다 옳은가? 내가 아는 세상만이 이 세상의 전부인가? 셰익스피어가 없는 세상에서 사는 남편을 몰상식하다고 비웃는다면, 푸앵카레 추측 따위 모르고 살았던 나도 누군가에게는 몰상식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셰익스피어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가 공유하는 문화유산이며, 고전인 만큼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서 우리에게 전하는 울림이 있다고 믿는다'는 그럴싸한 이유도 있지만, 그래야 대화의 범위도 넓어지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의 범위도 넓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여전히 생각한다. 아니, 어떻게 셰익스피어를 몰라. 셰익스피어인데?! 그리고 여전히 생각한다. 사람 생각 바꾸기 참 어렵다.)
어찌 되었든, 누군가에게 "그것도 몰라? 그건 상식이야, 상식."이라고 말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야겠다. 그게 정말로 상식인지. 상식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를 무시하는 건 아닌지. 나도 누군가에게 "그것도 몰라? 그건 상식이야, 상식."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