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에는 정답이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종이를 편다. 펜을 들고 아무렇게나 휘갈긴다. 사람들은 의미 없는 짓이라고 하대한다. 혹은 미완인 상태니 가치가 없다고 여긴다. 낙서에 관한 흔한 ‘오해’들이다. 낙서란 원래 그런 것인데. 정답 없이 손 가는 대로 따라 그리는 것, 그것이 낙서다. 그러니 하대 받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낙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바로 자유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창조는 시작된다. 무언가에 얽매여 있거나 막혀있다면 창조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럴 땐 일단 펜을 들자. 작가라면 타자를, 가수라면 악기를, 자신에게 필요한 걸 집는다. 그리고 가볍게 낙서하듯 손 가는대로 움직이는 거다. 결과는 모르더라도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만나게 될 테니까.
낙서를 하며 우리는 뚜렷한 대상을 그리지 않는다. 떠오르는 걸 그려 나갈 뿐이다. 정답은 없다. 목적지도 없다. 다만 과정만 존재한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산다. 하지만 그 마지막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매일이 새롭게 변하는 세상에서 미래는 항상 불확실하다. 하지만 흔한 자기 계발서들은 종종 그런 진리를 간과한 채 조언을 하곤 한다. 정확한 목표를 설정해라, 그것을 향해 모든 걸 쏟아부어라, 항상 명심하고 집중해라, ... 이는 마치 우리를 무언가에 얽매인 상태로 만든다. 항상 갈구하고 불안한 상태 말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되면 안 된다는 식으로 겁을 준다. 하지만 인생엔 정답이 없다. 속 편한 소리처럼 들려도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는 차라리 낙서하듯 인생을 살아야 한다. 무엇이 그려질진 몰라도 손을 뻗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힘든 부분도, 즐거운 부분도 만나게 될 것이다. 다만 즐거운 쪽에 더 주의를 집중하는 게 삶의 지혜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 그렇게 인생은 제각각의 형태로 완성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일단 움직여야 한다.
낙서하듯 손가는대로
(Digital Printing 422x422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