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재 산문 / 한글의 한 글
깊이 있는 캔버스 같은 글
매주 한 편의 글을 기고해 보기로 콘텐츠를 기획하고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예정된 여행을 떠났습니다.
고민과 어색함으로 도착한 타지에서 윌리엄 터너의 작품을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어둠이 가득한 밀실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작품들을 바라보았을 때, 한 번도 실제로 본 적 없지만 마치 연결되어 있던 듯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풍경을 담아낸 그림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전시실을 이동해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캔버스의 깊이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의 작품을 담은 캔버스는 단순한 평면이 아니었습니다.
풍경, 바람, 빛, 대기의 모습까지 형언할 수 없는 입체감을 담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그의 작품을 보며,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이런 글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현실의 풍경에서 서정성을 가미해 캔버스에 새롭게 탄생시키는, 추억 속의 풍경을 아련하게 떠올려주는 경험한 적 없는 세계에 직접 들어가 있는 환상을 주는 글.
우리는 삶에서 생각보다 적고 한정적인 언어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나의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 어찌할 방법을 몰라 결국엔 상투적이고 투박한 언어를 내뱉는 경우가 많아 아쉽습니다. 깊은 것도 가볍게, 가벼운 것도 깊게 전할 수 있는 이가 되고 싶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숨어있는 나의 은밀함을 공유하기 위해
깊이 있는 캔버스 같은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윌리엄터너는 비가 오는 날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의 사실적 풍경을 보기 위해 직접 배를 빌려 악천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다에 나갔다고 합니다.
돌풍에도 물러나지 않을 성장을 위해 오늘도 한발 나아갑니다
취향과 즉흥적인 독서와
언뜻언뜻 머리를 쳐드는 지혜와
섬세한 미래를 껴안고
사방에서 떠드는 것들에 엿을 날려줄
두 에디터의 사유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