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재 산문 / 시 선의 시선
여기저기 연말 회고에 관한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즌이다.
대한항공이 많은 이들의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록들을 짚어본 모양.
도쿄, 그 안의 무수한 가능성을 데이터로 증명하듯
주르륵 나열되는 이 도시의 타이틀이 아이폰 화면을 뚫고 나와 3D처럼 눈에 박힌다.
이것도 알고리즘? uhh, 얼마 전에 도쿄 다녀온 사람 여기요.
내 생애 두 번째 도쿄.
내 입맛은 그때나 지금이나 도쿄에 아주 잘 길들여져 있음.
매운맛 최대치로 끌어올린 캑캑대는 라멘과
내 삶에서 영원히 떼어놓고 싶지 않은 푸딩과
도쿄에서 만난 호주 스타일 파인 다이닝.
일본식 푸딩 ‘푸루푸루 푸딩(プリン)’
이름 그대로 푸루푸루(부드럽고 흔들리는) 식감을 자랑하는데,
이것을 미치도록 귀여워하고 사-랑한다.
첫 도쿄는 봄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는 12월의 도쿄는 처음.
북적이는 도로에서 신기한 장면을 마주한다.
일루미네이션이 한창, 호루라기를 불면 일제히 횡단보도를 반쯤 건너곤 환호하며
죄다 카메라 셔터를 정면으로 향해 든다.
도쿄타워!
이왕이면 한 번도 방문해 보지 못한 도시로 떠나자는 개인의 여행 룰 같은 건,
지켜지지 않아도 될 만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고독이 되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되는 무수한 가능성, 도쿄.
취향과 즉흥적인 독서와
언뜻언뜻 머리를 쳐드는 지혜와
섬세한 미래를 껴안고
사방에서 떠드는 것들에 엿을 날려줄
두 에디터의 사유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