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낭만 하나 없이 시작하는 게 말이 되나요?

낙서재 산문 / 한글의 한 글

by 낙서재
1.png


나는 홈리스. 무주택자.

30년째 누군가의 집에 얹혀살고 있습니다.

치사하고 억울해도 참고 살아야 하는 인생을 견디다 보니

이젠 내 몸 하나 편히 누워 걱정 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집을 한 채 가지고 싶어 졌습니다.

내 집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한 날,

[내 집]을 갖기 위해선 자금이 얼마 있어야 하고, 어떻게 돈을 모아야 하며, 어느 지역이 가치가 좋을지에 대해서부터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틀린 출발이었습니다. 건조하고 메마른 생각이었습니다.

내 집을 가지게 되는데... 낭만 하나 없이 시작하는 게 말이 되나요?


집 한 채 갖고 싶다는 말 뒤엔 내가 어떤 집을 꿈꾸는지,

내 인생의 어느 부분이 녹아져 있는 집에서 나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아가고 싶은지를 이야기했어야 합니다.


홈리스.png






아무리 내 삶이 팍팍하다 해도 그저 찍어내듯 지어진 집에서 하자가 없는지 체크하고 평생을 살아가기보단, 내 삶과 얼마나 어우러지는 공간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로또나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인 거 저도 압니다.

하지만 우리가 돈이 없지 낭만이 없나요?

낭만은 내가 지키지 않으면 돈을 주고도 못 산답니다.


그러니까 우리 낭살낭죽 하자고요.




6.png



취향과 즉흥적인 독서와

언뜻언뜻 머리를 쳐드는 지혜와

섬세한 미래를 껴안고

사방에서 떠드는 것들에 엿을 날려줄

두 에디터의 사유의 서재


낙서재 놀러 가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요즘 고딩은 무슨 책을 읽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