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촉감 _ 김한조 (2012.4 / 출판사 : 새만화책)
나의 죽음은 낮잠처럼 편안하게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고통 속에서 어느 순간 끈이 끊어지며 끝이 나겠지.
가족들은 나의 숨이 멎었음을 확인하고서 지난 1년간의 노고가 끝남에 안도할 것이다.
마음은 이미 장례를 치른 뒤에 비로소 주어질 휴식을 기다리고 있을 테지.
망각보다 깊은 잠. 간만의 깊은 잠에서 깨어난 뒤,
문득 나의 부재를 실감하고서는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면
내 딸, 내 아들아.
그 눈물은 누구보다도 너희 자신을 위로해줄 것이다.
아비에 대한 사랑이 아직 남아있음에 안도할 텐니까...
그 눈물이 그치고 나면 네 어미를 위로해 주길 바란다.
아마도 아내는 나의 죽음으로도 온전한 휴식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소멸했어도 함께 자라온 비린내 나는 기억은 여전히 살아있을테니...
comment : 작가는 일상 속에 새겨진 기억 중 죄의식과 두려움, 회한을 과거의 깊은 우물로부터 길어올린다.그리고 그 두서없이 찍힌 기억의 파편을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이어붙여 별자리로 만든다. 마지막에는 우리가 저마다 살아오며 몸에 새겨진 기억들로 각기 다른 별자리를 만들길 기대하며 책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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