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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경호 Mar 05. 2024

훈아, 잘 살고 있구나!

북조선과 남한으로 구분하지 않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

북조선과 남한으로 구분하지 않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너는 어디 지역 출신이니? 너희 나라는 여전히 가난하니? 어떻게 넘어왔니? 등 북한에서 온이웃과 친구들에게 우리는 선입견과 편견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그저 오늘날을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들의 이야기가, 평범한 이웃들의 삶과 일상을 듣고 싶습니다. 무엇이 얼마나 다른 지가 아닌, 무엇이 같은지, 함께할 수 있는 공감과 고민이 무엇인지, 우리가 서로에게 진솔한 친구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 지, 우리는 서로 묻고 싶습니다.





HOON (27살 대학생)



Q. 술은 무얼 좋아하나요?


제일 좋아하는 주종은 없다. 술이라면 안 가리는데 맥주는 배가 불러서 별로다.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나는 늘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술을 마시는 것 같다. 특히 남한에 와서 아버지와 만날 때. (생계를 이유로 둘은 떨어져 지낸다) 보통 30분이면 안부인사가 끝나는데, 아버지께서 과묵한 편이라 딱히 할 이야기가 없다. 그럴 때 술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는 아버지를 통해 술을 배웠다. 아버지는 '어차피 마실 술은 아빠한테 배워라'라는 마음으로 나에게 첫 술을 주셨다.


"술은 어른한테 배우고 담배는 골목한테 배워라."라고 한 아버지의 말씀이 기억난다. 술자리를 통해 아버지와

같은 남자로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예를 들면 아버지의 연애 이야기 등을.



Q. 지금 가장 먹고싶은 안주가 있다면?


아! 다 좋아한다. 차라리 무얼 싫어하느냐라는 질문이 더 좋을 것 같다. 으. 치즈! 치즈가 들어간 거는 다 싫다. 특히 피자는 최악이다. 뭔가 소화도 안되는 것 같고. 가끔씩 학교에서 행사 때 피자와 맥주를 시켜주면 당혹스럽다. 그에 비하면 두부나 김치 이런 게 얼마나 반갑고 좋은지.



Q. 최근에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나?


놀고 있다. 학생이고 4학년 말이다. 토플, GRE 등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고 대학원을 다닐까 고민하고 있다. 영어를 통해 다양한 세계의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전세계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에 대한 시선이 궁금했다.


곰곰히 돌이켜보니 나는 통일을 위해서 온 것도 아니고, 자유를 위해서 온 것도 아니다. 그저 먹고 살려고 왔다. 그러나 남북 간의 문제에는 어쩔 수 없이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종종 고민하다 잠이 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공부하고 싶은데, 생계에 대한 문제, 앞으로 돈은 어찌 버나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하고 있다.



Q. 이런 질문은 실례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인가요? 생계는 어떻게 꾸리고 있나요?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다. 나는 짠돌이다. 돈을 많이 쓰지 않는다. 이 곳에 와서 안 해본 일이 없다. 택배상하차, 에어콘 설치보조, 강남에서 고기집 서빙, 역삼에서 인테리어 보조노가다, 2.5톤 빌라이삿짐, 기업이전 이삿짐, 학교 근로장학(3년) 등등.


특히 근로장학을 오래하였는데 다른 학생들한테 많이 미안했다. 이번까지만 받고 얼른 꺼져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그래야 '다른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갈 수 있으니'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형편이야 늘 어렵지만 나는 늘 받는 게 어색하고 또 미안하다.



Q. 혹시 책을 좋아하나요?


상당히 많이 좋아한다. 최근 읽었던 책은 너무 많아서 기억이 안난다.아!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 우리는 왜 태어나서 왜 내가 만들지 않은 법을 지키는가로 시작되는데. 우리는 모두 그 괴물 같은 법 앞에 약하다. '과거 왕이 곧 법이고, 법이 곧 왕이다'라는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유토피아라는 단어의 원조는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걸로 알고있다. 공산주의가 뭐 거진 유토피아에 가까운 거니깐. 


"세상의 길거리에는 도둑과 강도와 거지가 왜 이리 많은가 진짜 도둑은 누군가. 저 사람들을 저렇게 만들어 놓은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도둑이고 강도가 아닌가.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인들(왕들)이다."로 기억된다.


우리는 유토피아나 이데아라는 이상형으로 가는 중이지만 결국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Q. 싫어하는 음식은 무언가요?


아까도 말한 치즈, 곱창, 부속. 왜 맛있는지 모르겠다. 



Q. 재밌게 본 영화가 있나요?


 국가부도의 날. 듣고 읽는 것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었는데, 한국역사의 한 부분을 직접 보게 되어 좋았다.



Q. 최근하고 있는 고민이 있다면?


지금보다 어떻게 좀 더 착하게 살 것인가? 내가 대한민국에 와서 잘 살고 있는가라는 고민 중이다. 나에게 잘 사는 법, 착하게 사는 법은 세금 잘 내고, 법을 잘 지키고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근데 이리 살아도 착하게 사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슬슬 하게 된 것 같다.



Q. 최근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훈아. 잘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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