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여동생에 대한 편집증 오빠의 일기
이후로 여동생에게도 가족과 저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동생이 옆에 있지만, 핸드폰을 켜 과거의 동생 사진을 보는 날이 많아 집니다. 오늘 하루를 나름 잘 보낸 동생이 자기 전 약을 먹다 이불 위에 토했습니다. 엄마는 그걸 치우고 있었고 분리수거를 갔다 온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습니다. 내 혈육인데, 어렸을 적 동생 기저 귀도 많이 갈아봐서 지저분하다는 마음보단 짠함이 솟구쳤습니다.
‘녀석 약이 독해 평소 밥도 잘 못 먹는데’
오늘 있었던 일상의 고단함과 잘 풀리지 않는 일들, 답답함과 슬픈 것들은 사진 속 사랑하는 사람들의 웃는 모습 뒤로 숨겨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하루. 그래야 나라도 웃고 기운 내서 에너지를 남겨놔야 그 여력으로 간신히 동생과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낯선 곳에 가기 싫어하는 동생을 억지로 꼬드겨, 요양원에 있는 할머니를 보러 갔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이었던 나이 든 그녀와 이제는 늘 내가 편을 드는 어린 그녀. 죽음이 머지않은 그녀와 삶이 창창한 그녀는 오늘도 살아내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습니다.
세상의 불의와 각종 문제는 사회의 가장 약한 부분을 뚫고 나온다고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내 눈앞에 드러난 환부를 마주하느라 누군가가 외치는 정의와 구호, 슬픔과 고통, 문제 제기들이 잘 와 닿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름 없는 계절을 보내고 있을 그녀들의 생각에 나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는 집중이 되질 않습니다.
잘 들리지 않습니다. 닿질 않습니다. 나는 그게 사람들한테 늘 미안하였지만, 이제는 살가운 친구도, 동료도, 친척들도 없는 그녀들이 ‘얼마나 외로웠을까?’라는 생각에만 집중합니다. 그녀들의 핸드폰에는 가족 외에 다른 연락처들이 별로 없고 이따금 스팸 문자들만 오는데 그조차도 지우질 않습니다.
한 번씩 그녀들의 핸드폰을 뒤져 켜켜이 쌓인 스팸 문자를 읽습니다. 어느 은행에서 돈을 빌려준다거나 무슨 사이트에 가입하면 무얼 준다거나 등등.
스팸 문자는 사회가 그녀들을 대하는 유일한 방식이자 소통입니다. 덕분에 그녀들에게 온 스팸 문자를 읽을 때마다 나는 점점 억지로 웃는 날들이 많아집니다. 밥이 목에 넘어가질 않는 날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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