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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Jan 28. 2016

고독의 즐거움


내가 보낸 사춘기 속의 풍경 속에는

우리끼리 즐겨 보던 박계형이라는 소설가가 있었다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고독한 사춘기

그해 겨울

....

우리들 세상 속에서 그 소설가는 스타였다.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모여 앉으면

간밤에 부모님 몰래 몰래 보던 소설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는 은밀한 비밀 공유자처럼 친근한 우정을 쌓아갔다.

그 추억은 왠지 부끄럽다.

부끄럽다는 표현 보다는 민망하다는 말이 더 맞겠다.

왜 민망한지도 알듯 모를듯 하지만 민망하다.

고상함을 표방하던 친구들은 몰래 몰래 읽으면서 안 읽은 척 했던 기억도 남아 있다.







그래.... 그랬었다.

그 때부터 특별히 기억 속에 남은 단어 한 '고독'

고독한 사춘기를 지난 세월 후에는 고독한 가을, 고독한 사추기도 있었다.

어린 시절의 고독이 초콜렛처럼 감미롭고 씁쓸했다면

이제 내가 맞은 고독의 빛깔은 칠흑같이 어둠 밤길 같기도 하고

맛으로 친다면 봄날의 머윗대 맛처럼 쓴 맛이지만

어둔 밤길도 좋아지고 쓴맛의 나물반찬이 참 좋아졌다.







고독할 수 있어서

고독하지 않은 듯 하다.

홀로 있음이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며

눈치 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여유가 늘어나면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좋기도 하다.

아이들의 잔소리도 고마운 옹알이가 되고

남편의 참견도 가끔은 달콤한 인생으로 흘러가고 있다.  






겨울 한가운데 서서

봄날을 그리며 봄향기를 맡는 마음으로

나는 때때로 그믐날 밤길을 홀로 걷겠지만

귀신 나올까 겁이 나지 않아서 좋고

넘어지는 매순간 쉬어갈 수 있어서 참 좋다.


생각해 보니 돌아 온 갑,

환갑을 맞은 이 나이는 내가 충실히 나에게 갑질하는 한해가 되라는 의미같다.

많이 고독할수록 많이 행복할 것 같다.

고독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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