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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Feb 16. 2016

먼지처럼 눈이 내리고 쌓인다.



눈이 내리면 참 좋았던 시절이 좋았다.

화요일 오전 나절을 출근을 마다 하고 거실 소파에 등 붙이고 앉아서 일을 하는데

거실 창 너머 수리산 잣나무 위로 눈이 내린다.

먼지처럼 눈이 내린다.

내 유년시절에는 눈이 내리면 강아지가 되어 폴삭폴삭 손발이 시리게 뛰어  다녔으며

더 자란 어느 날 부터는 눈 때문에 글을 쓰고

눈 때문에 외출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사랑도 하고 싶었었다.

눈이 부추긴 것들이 참 많기도 하다.






내 아이들이 꼬꼬마였을 때도 눈이 좋았다.

나는 그녀석들과 하나가 되어 어림도 없는 눈싸움도 하고

지치지도 않고 눈썰매를 타며 환호했었지만

아이들이 스키를 즐기고 보드를 좋아할 무렵 즈음부터

나는 나하고 눈하고 더 이상 친해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예감했다.

나쁜 예감은 다 잘 들어맞는 법.....






나는 이제 눈이 별로다.

내린 눈을 이고 지고 선 나무도 힘겨워 보이고

눈 내린 길을 따라 걸어야 할 내 또래 보다 많은 이들의 일상이 염려되고

출근길의 타이어 미끄럼 공포가 커지고

그리고 잠시 좋았지만 눈이 내린 뒤는 언제나 지저분하고 어수선하다.

눈의 무게만큼 나목이 힘들어지고

나목의 힘겨움 만큼 바라보는 내 마음도 고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비가 내려 시원하게 씻겨 내려가는 풍경이 좋음직 하다.






눈은 멀리서 바라보고

눈은 텔레비전 모니터를 통해 바라보고

눈은 우리들의 커피잔 안에서의 달콤한 케익 한조각 같은 이야기로 바뀔 때만 좋다.

그래....

나는 늙어가고... 

나의 마음이 바라보는 세상은 예전의 느낌과는 다른 느낌으로 보여진다.

잠시 창 밖을 내다보니

어정쩡.... 내려 앉지도 못하고 비잉비잉 돌면서 먼지처럼 부유하는 눈발이 보인다.

왠지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미안해진다.






아다모의 노래를 들으며 커피 한 잔 마셔야겠다.

눈이 내리네

당신이 가버린 지금.....


커피가 향기롭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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