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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Feb 20. 2016

2월... 어느 한가한 토요일 오후에...



갑자기 미나리 생각이 났다.

청도 한재 미나리 생각이 나는 순간,

임금님 수랏상에 올랐다는 언양 미나리도 덩달아 생각이 나고

어리던 날,  

첫봄의 어느 햇살 좋은 도랑가에 빨갛게 물 오르던 돌미나리 생각도 났다.

기억이라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잊고 있었던 기억 하나가 떠 오르면서

고구마 줄기처럼 주렁주렁 생각에 생각을 물어 내고

나는 뜻밖에 횡재를 한 추억 속으로 스며 들었다.


화려함이 좋아진다.

수채화 같은 담백함 보다 덧바른 거친 원색의 유화 같은 질감이 더욱 그립고

은근한 파스텔톤 카디건을 입고 싶은 마음 위로

샛노란, 새빨간, 짙푸른..... 그 무엇을 걸치고 싶은 생각이 찾아온다.

나는 날마다 변해가고 있다.


수많은 이름으로 불려지던 나의 과거들을

도장 하나 쿡 찍으면 남남이 되는 사람들처럼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고

방바닥에 은밀히 떨어져 널려 있는 내 머리카락 같은 지난 날이

다시금 새록 새록 그리워 생각의 갈피 갈피를 뒤적이며

가을날 말린 은행잎을 찾듯이 그리움을 찾기도 하면서

나의 변덕을 만나고

나의 가난한 마음을 만나고

내 허영심이 숨어 있는 곳간 같이 작은 내 마음의 방 한켠을 보기도 한다.


봄날이 더 가까워지면

그냥.... 연분홍 치마를 입어 보자.....

밤이 깊어가면 촛불도 켜 보자....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도 내 오랜 동무들을 불러다 놓고

달밤에 잔을 기울이며 사라사테의 짚시의 달도 들어보자.

우리는 매우 흥분할 것이고 즐거울 것이다.


일에 매달려 하루를 보내면서 내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면서

봄날의 어느 날..... 

엄마한테 혼날지도 모르는 저지레가 하고 싶어진다.


내 안에서 지 맘대로  놀고 싶은 어린 아이.....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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