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미나리 생각이 났다.
청도 한재 미나리 생각이 나는 순간,
임금님 수랏상에 올랐다는 언양 미나리도 덩달아 생각이 나고
어리던 날,
첫봄의 어느 햇살 좋은 도랑가에 빨갛게 물 오르던 돌미나리 생각도 났다.
기억이라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잊고 있었던 기억 하나가 떠 오르면서
고구마 줄기처럼 주렁주렁 생각에 생각을 물어 내고
나는 뜻밖에 횡재를 한 추억 속으로 스며 들었다.
화려함이 좋아진다.
수채화 같은 담백함 보다 덧바른 거친 원색의 유화 같은 질감이 더욱 그립고
은근한 파스텔톤 카디건을 입고 싶은 마음 위로
샛노란, 새빨간, 짙푸른..... 그 무엇을 걸치고 싶은 생각이 찾아온다.
나는 날마다 변해가고 있다.
수많은 이름으로 불려지던 나의 과거들을
도장 하나 쿡 찍으면 남남이 되는 사람들처럼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고
방바닥에 은밀히 떨어져 널려 있는 내 머리카락 같은 지난 날이
다시금 새록 새록 그리워 생각의 갈피 갈피를 뒤적이며
가을날 말린 은행잎을 찾듯이 그리움을 찾기도 하면서
나의 변덕을 만나고
나의 가난한 마음을 만나고
내 허영심이 숨어 있는 곳간 같이 작은 내 마음의 방 한켠을 보기도 한다.
봄날이 더 가까워지면
그냥.... 연분홍 치마를 입어 보자.....
밤이 깊어가면 촛불도 켜 보자....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도 내 오랜 동무들을 불러다 놓고
달밤에 잔을 기울이며 사라사테의 짚시의 달도 들어보자.
우리는 매우 흥분할 것이고 즐거울 것이다.
일에 매달려 하루를 보내면서 내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면서
봄날의 어느 날.....
엄마한테 혼날지도 모르는 저지레가 하고 싶어진다.
내 안에서 지 맘대로 놀고 싶은 어린 아이.....
그리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