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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Dec 24. 2015

와따시와 웅가 이이데쓰요~

중얼중얼 주문을 외며 감사를........






서른이 된 아들녀석은 내 베프였었다.

속절없이 세월 따라 훌쩍 내곁을 떠나게 된 그녀석...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는 참 멀고 멀었는데...

그녀석이 떠난 후 나는 언제나 그리웠다.

늘상 걷는 동네길을 걸을 때도

늘 잘 가던 밥집을 갈 때도

서재에 놓인 컴퓨터가 말썽을 부릴 때도

푸짐한 밥상을 차릴 때도 나는 언제나 그 녀석이 그리웠다.

문득 문득 찾아오는 그리움 앞에서 달력을 바라보며 덥썩 손잡을 날을 기다리곤 했다.

혼자만 자식 키우느냐고 유난 떨지 말라던 핀잔 앞에서도

나는 어쩔 수 없이 고슴도치 엄마가 되어 

늘 그리움에 둥둥 떠밀려 다니곤 했다.

그리움 속에는 늘 내 강아지도 함께 했다.

안고 있으면 따뜻하게 전해지던 우리 강아지의 체온과 솜털같던 긴 털의 촉감!

그렇게 이쁘던 우리 강아지 빌리도 형아 따라 미국으로 가버렸다.







참 잘 웃고 

참 잘 놀고

참  잘 먹고 잘 자던 우리 빌리도 우리가 그리울까....

그 생각도 참 많이 해 봤다.

아들녀석 집 현관문을 열자 마자 달려 나와 반기는 우리 빌리는

감격, 또 감격스러울 정도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고마운 녀석...  똘똘한 녀석... 우리 똘똘이......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나서 식구로  밥을 먹고 빈둥빈둥 시간을 보낼 것이다.

아들녀석 얼굴이 환하고 씩씩해서 마음이 놓이고 든든하다.

많은 이야기를 조곤조곤 해 주는 그 녀석의 음성이 자장가처럼 감미롭다.

아들 덕분에 얻은 또 하나의 내 딸과 더불어 우리는 가족이구나... .

감회가 새록새록 새롭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이 한 해를 맞는다.

우리는 점점 늙어가겠지만 삶의 연륜이 쌓여 갈 것이니  좋은 일이라 여기자.

아이들에게 넉넉한 울타리가 되어주자고 작정한다.

어떤 경우에든 나이 먹은 노파심으로 나오는 잔소리를 하지 말자고 결심한다.

그리고 유쾌한 부모가 되자는 결심도 한다.

무슨 일이든 응원해 주고 함께 해 주자고 마음을 다진다.

남편의 얼굴은 보름달처럼 가득한 행복이 묻어난다.

물을 한 모금 마셔도 달고 단 감로수 맛인듯.....

가족이 한지붕 아래서 아침 저녁으로 얼굴을 마주 할 수 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아이를 떠나보내고 다시 한번 느꼈다.

그래서 이 순간 또한 감사히 여기자고 .....








밥풀을 흘리면서 밥을 덜어 먹고

밥맛을 함께 느끼면서

새우맛과 파인애플맛의 다름이 주는 조화를 칭찬한다.

한 해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

건강에 대한 생각과 관심이 커지고

적게 먹고 겸손하게 살자도 다짐도 한다.

가능하면 자연스레.... 자연의 일부로 살자고 수시로 나를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덜 죄 짓는 삶이 되게 해 달라는 기도도 한다.

며칠 전 이영준 원장님이 알려 주신 주문도 외운다.

'와따시와 웅가 이이데쓰요'

가끔은 확언을 주문처럼 중얼중얼하는 즐거움이 있어 좋다.

밤은 깊어가지만 내일 일정이 없으니 그냥 맘대로 하얗게 밤을 지샌다.

남편이 친구되어 주니 외롭지 않은 시차극복, 불면의 밤이다.


아이는 잠을 자고...

엄마는 키보드를 두들기고.....


행복한 성탄 전야.... 모두에게 기쁨과 축복이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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