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서른하나
나는 예순하나
우리는 서른살의 세월을 건너 만났다.
나는 잔소리쟁이
딸은 고집쟁이라서
참 많이 지지고 볶으면서
서로 울고 웃었던 세월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부터
내 품에서 벗어난 딸이 되었다.
그녀는 미국에서
나는 서울하늘 아래서 살아가다가
잠시 내 품으로 돌아온 그녀를 안고 나는 잠든다.
딸을 보며 나는 결심했다.
나는 이제부터 늘 지고 사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그녀는 이기는 딸이 되고
나는 지는 엄마가 될 것이다.
내 평생 할 모든 잔소리들은 그녀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도 많이 반복... 또 반복한 것들이니....
때때로 나는 폭군처럼 군림하고
훈장처럼 타이르고
선배처럼 훈계했으나
이제는 그녀 앞에 고분고분 착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지나고 보니 그리 애쓰고 용쓰면서 가르칠 것도 별로 없었던 듯 하다.
나는 뭐 그리 잘난 사람이고
완벽한 사람이라고..
매를 들고 눈을 치뜨기 보다는
더 안아주고 눈 맞춰주고 쓰다듬어 줄 걸....
그때는 몰랐던 것을 세월이 뒤늦게 가르치는 일이 많다.
이제는 내 귀가 더욱 순해지도록
딸에게 지는 엄마가 되고 싶고
아들에게 온순한 엄마가 되고 싶고
남편에게도 그냥 편안한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나의 남은 날들은
더욱 더 유순한 세월로 채워지리라.
내 맘에 들고, 안 들고가 뭐 그리 중요한가.
내 기준과 네 기준이 다르고
또 달라야 함을 진작에 알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래도 지금부터 태평성대를 꿈 꾸는 여왕처럼
늘 지고, 물러나고, 입 다무는 나를 만들어가자고
행복한 결심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