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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Apr 16. 2016

천천히... 느릿느릿 가도 되는 삶인데


남편은 가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 한다.

최선을 다하는 마음 속에는 나도 모르게

최고의 결과를 기대하는 욕구가 자리를 잡고

그것이 성취되지 않았을 때 상처 받을 수 있다고....


상처 받지 않는 삶이 소중한 것이지

많은 것을 얻고 목적을 달성하면서 그만큼 잃은것이 있다면

완전한 성공이 아니라고 ....

삶은 처절한 노력의 결과로 인해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매순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기쁨,

감사와 평화가 함께 하는 것이라고....


남편은 아이들에게 언제나 말했다.

1등하려 하지 말라고....

자신은 늘 1등하지 않았지만 행복하다고.....

늘 1등하던 친구들과 자신의 삶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나는 그 말이 늘 답답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서두르지 말라고 늘 말한다.

천천히 가도 된다고.....

서두르나 천천히 가나 목적지엔 비슷하게 가 닿게 된다고

천천히 가는 과정에서는 빨리 달리면서 놓치는 많은 것을 발견하고

그 발견이 주는 기쁨과 지혜는 선물 같은 것이라고....


곁에서 들을 때 마다 조금은 마뜩찮던 그 이야기들이

이제 내 곁에서 다정하게 들려 온다.

그래... 그런 듯 하다....

느긋한 남편의 느긋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자란 내 아이들은

참 미안하게도 나를 많이 닮아

수시로 달리고 뛰고 숨가쁜 질주를 한다.

참 미안하다....

지금이라도 내가 나도 모르게 주었던 DNA들을 거두어 들이고

느리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살아가는 

남편을 닮아가면 좋겠다.

나를 닮은 내 아이들에게 날이 갈수록 미안하다.

미안해....



인생은 짐을 지고 

떠나는 여행과 같다.

그 길이 즐겁고

가벼우려면

무거운 짐을

버리는 법을 

알아야 한다.


"반반철학" 리칭쯔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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