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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Jan 15. 2016

나를 찾아가는 여행



여행을 하는 동안 별로 할 말이 없는 순간이 많았다.

부부가 함께 오래 살아 온 세월만큼

별로 말이 필요없었던 듯 하다.

원래 말수가 적은 남편과 늘 할 말도 많고 듣고 싶은 말도 많은 내가

서로 서로 조금씩 변화하고 적응하면서 입을 닫아도 말을 나누는 것처럼 

우리는 편안해진 듯 하다.





뜬금없이 세도나에 눈이 내렸다.

펑펑 쏟아지는 눈발을 보며 즐거움이나 낭만 대신 두려움과 공포감을 느낀다.

운전중인 남편은 긴장한 눈빛이고

나 역시 하늘만 쳐다보며 눈발이 약해지기를...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세도나의 눈..

아침에 호텔 체크아웃을 할 때 물어보니 자기네도 눈이 당황스럽다고 한다.

눈이 흔치 않은 곳에서 우리는 눈을 만나고 비를 만나고 흐린 하늘을 만나고 

맑은 해를 만나고 구름이 휘감긴 바위산을 만났다.





세도나를 빠져 가나는 길에 낙석이 굴렀다.

다행히 다친 차량이나 사람은 없었지만 내 간이 콩알만해졌다.

순식간에 경찰이 달려 왔고

바로 우리 앞차 부터 차를 세우고 굴러 떨어진 바위를 치워야했다.

모든 운전자들이 자기일 처럼 달려들어 함께 길을 치웠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얼음같은 바위를 밀어내면서 잠시 우리네 생각을 했다고 한다.

시민정신이라는 것에 대하여....





세도나 트레킹을 하면서 전날 내린 비로 진흙길을 걷게 되었다.

걸음을 옮길 때 마다 한웅큼씩 따라붙던 찰진 흙들....

내 마음 속의 먼지처럼 끝없이 따라 붙던 무거움의 존재...

아무리 덜어낸다 해도 다시금 올라 붙을 그 무거운 흙들을 보며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그냥 걷자... 는 생각을 했다.

진흙덩어리들은 스스로 붙었다 떨어졌다....

덩어리가 커질 때 까지 달라붙다가 너무 커지면 저절로 떨어지고....







묵묵히 가다보면

이런 순간도 있고 저런 순간도 있고....

아무려면 어떠랴....

햇살 아래 영원히 머물수도 없고

늘 비바람만 부는 것도 아님을 생각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가자는 생각을 한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 와 내 집에 앉아보니

나는 어느새 가득히 충전된 건전지처럼 평화로운 에너지로 넘친다.

모든 여행은 이렇게 의미가 있나 보다.

잠시 같지만 오랜 기억으로 남을 여행들....

우리들의 나날도 여행이기에 감사히 즐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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