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 때는 ....
소싯적 이야기는 아련하다.
나도 한 때는....
내가 말이야,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는 언제나 어디서나 아련하다.
지금 여기,
현재의 나는 뒤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돌아보는 풍경은 언제나 아련하고 아릿하다.
4월의 산책은 꽃이 지천이다.
꽃이 피고 지고
꽃 핀 자리 아래 꽃잎 진 자리가 어지러이 보인다.
나도 한 때는 빛나는 꽃빛이었어....
그 시절 참 좋았지....
세상에는 화려한 빛남도 있고
조용하고 은밀하게 빛남도 있다.
산책길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언제나 조금 더 수수한 잎새들이다.
수수한 존재들은 오래 볼수록 아름답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점점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아름다움은 이런 것인가 보다.
어느 봄날 제비꽃이 피어날 때쯤 선종하신 신부님의 장례미사에서
보내는 길 편히 가시라고 불렀던 노래 '제비꽃이 핀 언덕에'....
신부님 생전에 참 좋아하셨다고 했다.
그 신부님은 지금쯤 지수화풍으로 어딘가에 머물면서
제비꽃 피어나는 봄맞이를 하고 계실 것 같다.
산길 모퉁이 돌고 돌면서
나도 한 때는 좋은 시절이었어.
나도 한 때는 이름 꽤나 날렸었어.
... 었었어. ... 었어.... 로 끝나는 이야기들을 떠 올린다.
오늘은 내일 속으로 묻히는 시간
봄날은 이야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