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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Apr 20. 2017

나도 한 때는 ....

소싯적 이야기는 아련하다.


나도 한 때는....

내가 말이야,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는 언제나 어디서나 아련하다.


지금 여기,

현재의 나는 뒤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돌아보는 풍경은 언제나 아련하고 아릿하다.





4월의 산책은 꽃이 지천이다.

꽃이 피고 지고

꽃 핀 자리 아래 꽃잎 진 자리가 어지러이 보인다.

나도 한 때는 빛나는 꽃빛이었어.... 

그 시절 참 좋았지....





세상에는 화려한 빛남도 있고

조용하고 은밀하게 빛남도 있다.

산책길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언제나 조금 더 수수한 잎새들이다.

수수한 존재들은 오래 볼수록 아름답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점점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아름다움은 이런 것인가 보다.





어느 봄날 제비꽃이 피어날 때쯤 선종하신 신부님의 장례미사에서

보내는 길 편히 가시라고 불렀던 노래 '제비꽃이 핀 언덕에'....

신부님 생전에 참 좋아하셨다고 했다.

그 신부님은 지금쯤 지수화풍으로 어딘가에 머물면서

제비꽃 피어나는 봄맞이를 하고 계실 것 같다.


산길 모퉁이 돌고 돌면서

나도 한 때는 좋은 시절이었어.

나도 한 때는 이름 꽤나 날렸었어.

... 었었어. ... 었어.... 로 끝나는 이야기들을 떠 올린다.


오늘은 내일 속으로 묻히는 시간

봄날은 이야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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