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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Jan 26. 2016

너 왜 그러니?

내게 말하다...


너 왜그러니?

내가 내게 자주 묻는다.

스스로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작아지는 내 모습 속에서....

아니, 원래 작았을지도 모르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내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은 행복하지 않은 듯 하다.





작아진 나는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느라고 하루를 소모하고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을 일어난듯 느끼면서 긴 밤을 소모하고

내 몸이 주는 작은 신호 하나에도 큰 병을 얻은 듯 근심에 빠지고

내가 어찌할 수도 없는 일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처럼 느끼며 덤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용감무쌍하게 풍차를 향해 돌격하던 돈키호테가 절망하듯

내가 휘둘러댄 몸짓에 지쳐 주저앉은 바보같은 나를 보게 된다.







'나는 바보'라고 말했더니

남편은 내게 '바보가 아니다' 라고 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진정한 바보는 불안과 근심에 빠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렇기도 하다.

퇴근길에  방황하는 듯한 강아지 한마리를 길에서 만나도 

나는 그 날 밤 내내 하릴없이 그 강아지를 떠 올리며

혹시 유기견이 아닐까... 아님 잠시 홀로 산책을 잘 하는 녀석일까?

길을 잃은 녀석이 아니길.....

이런 생각을 내 머릿속에 들어 앉히고 나는 방황한다.

이런 내가 정말 고달프지만 어찌할 수가 없다.

뉴스의 사회면과 자극적인 정치소식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오늘 아침 눈을 뜨면서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나는 오늘 내 마음 속에 나의 사과나무 한그루를 심자고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나의 오늘을 위해 나의 사과나무를 심는 일이다.

마음이 오래 비워진 듯 하다.

비우기 위한 비움도 있지만 허전한 한 구석이 울적하게 비워진 것도 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늘 후유증이 있다.

더구나 그 여행기간이 길었다면 후유증도 길어진다.






못난 내게

못난 내가 말한다.

이러지 말고 씩씩하자고...

이러지 말고 굳세게 나아가자고...

이러지 말고 나를 위한 노력을 더욱 크게 하자고...

이러지 말고 행복해지자고....

....

내가 치쳤을까.....아닐까....

산다는 것, 삶에 대한 감사를 놓친 것일까....







마음이 오락가락 하다가

세도나에서 만난 하얀 이끼꽃을 찾아낸다.

스물도 되기 전부터 하는 긴 생각들의 행진....

나는 긴 생각여행을 멈추지 못하는구나 싶다.

눈이 흩날리던 아침이 지나고 햇살이 따뜻이 내리는 한낮.....

따뜻한 마음으로 내가 내가 말한다.

'너 왜그러니?'

'내가 뭘.....'



우물쭈물 하다보면 인생이 후딱 가버린단다.

의미로운 순간들을 찾아내고 그 속으로 얼른 들어가자.

바보야.... 

제대로 바보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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