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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빈 Nov 18. 2020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읽고

가치를 찾는 삶이란 안정을 깨는 숙명을 지닌다.


 당면의 과제 앞에선 큰 시야로 보지 못한다. 내일, 아니 오늘 당장 마무리해야 할 것들로 가득하다.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 주홍빛 가로등을 보며 돌아올 때, 허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 무엇을 하는 것일까.


 무언가 잘되고 바쁠 때는 생각할 틈이 없다. 목표와 평가가 분명한 시점이니까. 그러나 인생은 게임과 달라서, 매번 목표와 평가가 주어지지 않는다. 때때로는, 무엇을 완수해야 하는지, 그 보상이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책을 추천받아 읽어 보았다. 막걸리를 좋아한다는 내 취향에 대한 추천이었다. 누룩균을 찾아가는 스토리가 생각나서 였다고 했다. 그러나 읽고 난 뒤, 나는 저자가 삶을 만들어가는 경험이 감명깊었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일하다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삶의 방향을 바꾼다. 빵을 만드는 긴 수련 시간을 거친 후, 자신이 생각한 가치를 담은 빵을 만들기 위해 시골로 내려갔다. 자신이 터를 잡은 지역에서 나는 모든 것들로 만들어지는 경제를 만들었다. 한낱 빵집이지만,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제안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만든 경제는 돈이라는 가치가 망해도 살아남을 것 같다. 화폐가 어떤 이유로 가치를 잃어도, 지역에서는 물물교환으로 돌아가면 되니까 말이다. 저자가 찾아낸 누룩균도, 밀도 모두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다. 싸다는 이유로 저 멀리 떨어진 재료를 찾지 않으니, 그 과정에서 필요한 협상과 운송과정과 같은 복잡한 시스템에 얽힐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돈이라는 시스템에 기대지 않고도 살아나갈 수 있는 가치를 찾아낸 것이다.


 나에겐 자본론에 대한 책으로 읽히기 보다, 삶의 가치를 설정하고 이를 꾸준히 만들어온 과정으로 느껴진다. 모험담을 읽은 느낌이기도 하다. 너무나도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틀을 깨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갔으니까 말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삶의 진리는 당장에 무언가를 이루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될 턱이 없다. 죽기 살기로 덤벼들어 끝장을 보려고 뜨겁게 도전하다 보면 각자가 가진 능력과 개성, 자기 안의 힘이 크게 꽃피는 날이 반드시 온다." - 212p

  

 지금 모든 것을 다 이루려는 마음이 삶을 고달프게 만드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갑자기 급발진하여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자기 생각에 너무 강해 함몰되기도 하고 말이다. 먼 곳에서 파랑새를 찾기보다, 현재의 문제부터 하나씩 정의하며 해결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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