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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빈 Aug 30. 2021

퇴사, 그리고 서문

영인터내셔널을 퇴사하며

 2021년 8월 31일, 퇴사했다. 퇴사가 가장 쉬운 선택지라고 생각해서 가장 마지막 선택지로 미루었는데, 알고 보니 나는 퇴사를 가장 어려워했다. 개선할 수 있겠다는 미련 때문이었다. 그러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보다, 해명해야 할 시간이 많아지고 있었다. 헤어져야 할 시간임을 깨달았다.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동료 개발자와 같이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둔 스티커 에디터를 적용해보고 싶었다. 미완성인 상태라 여러 불편함이 많았다.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코드는 사멸할 운명이 분명했다. 이대로 두고 싶지 않았다. 자잘한 버그들을 퇴치하여 잘 동작하는 에디터로 만들었다.


 모두의 도움으로 문제없이 제품을 출시하였다. 우리 만의 매장을 만들어 그곳에 설치하였다. 설치하고도 몇 번이나 매장에 들러 수정하였다. 다시 한번 매장으로 차를 타고 가는 길, 동료가 내게 물었다.

 "폴라폴라를 어떻게 시작한 거예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횡설수설 답변을 하였지만, 차에서 내린 뒤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나는 무엇 때문에 지금의 일을 붙잡고 있었던 걸까. 무엇을 바라보았는가. 나는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에게 어떤 미래를 보여주려고 했던가. 나는 어떤 관점으로 접근했던 걸까. 정말 좋은 성과였을까. 아니면 잘못하고 있었던 걸까.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들을 해왔던 걸까.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리 팀은 모두 헤어지게 되었다. 더 이상 같이 미래를 만들 수는 없게 되었다. 여러 아쉬움을 뒤로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현재까지를 만들어왔는지 정리하려고 한다. 지난 4년의 시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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