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

저녁 무렵 지나가는 버스를 보며 집을 생각한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우리 집에선 밖으로 지나가는 차들이 가깝게 보인다. 통행이 많은 도로는 아니지만 버스도 몇 대 지나다닌다. 그중에는 엄마가 있는 집에 가는 버스도 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질 저녁 무렵, 밖을 보다 그 버스가 지나가는 걸 발견하면, 난 문득 집에 가고 싶어 진다. 엄마가 있는 집 말이다. 따뜻한 밥이 모락모락, 찌개가 보글보글, 도마에 칼질 소리 탁탁탁 하는, 저녁 준비를 하는 엄마가 있는 집으로 퇴근하고 싶어 진다.


지금 집도 좋다. 남편과 둘이 있는 이 집도 좋다. 남편은 내가 집을 어떻게 하든 관심이 없는 편이라 모든 건 나 편한 대로다. 그러다 보니 전에 살던 버릇 그대로 집을 정리해둬서 사는 곳이 바뀌었어도 어느 정도의 익숙함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리고 남편과 같이 산 지도 5년 여가 넘어가고 남편이랑 있는 게 편하다. 남편과 있으면 여행을 가도 그곳이 편한 장소가 된다.


그럼에도 저녁 무렵 오가는 버스를 발견하면 엄마가 생각나고 엄마가 있는 집이 생각나고 같이 밥을 먹고 있을 가족들이 생각난다. 누가 들으면 내가 아주 멀리 사는 줄 알겠지만 버스 타면 20분 거리고, 일주일에 한 번 가서 식구들과 밥도 먹고 온다. 그런데도 그런 풍경을 볼 때마다 매번 그런 감정이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반대라면 남편이 있는 집이 생각날까. 하긴,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쉬다가 시간이 어느 정도 되면 슬슬 남편이 있는 집이 생각난다. 돌아가야 할 곳이니까.


그런데 남편도 나처럼 그런 장면에서 그런 생각을 할까. 안 하는 것 같다. 한다면, 걸어서 3분 정도면 도착하는 건너 동에 있는 어머니 집에 가서 가끔 밥을 먹고 왔으면. 가끔 혼자 편하게 나 혼자 저녁 먹게.

작가의 이전글전반전일까 후반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