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아주머니 혼자 하시는 작은 카페에 원두를 사러 갔다. 손님이 많지 않아 보통은 한가하게 계신다. 그날도 혼자 뜨개질을 하고 계셨다. 집에서 핸드드립 할 원두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앉아 기다리니 원두를 갈며 이런저런 말씀을 건네신다.
"아직 혼자인 거 맞죠?"로 시작되는 대화. 남편이 있다는 대답과 함께 마흔이 조금 넘었다고 하니 아드님이 내 또래란다. 동갑내기와 결혼해 자주 싸운다는 말과 함께 무슨 일을 하는지 아이는 언제 낳았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하신다. 나도 들으면서 남편 이야기도 하고 내 이야기도 해서 대화는 이어진다. 커피 이야기도 하고 가게 이야기도 하고 사장님 남편분 이야기도 하고, 오래 본 이웃처럼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원두를 받아 돌아오는 길. 오랜만에 가슴속이 시원함을 느꼈다. 카페 사장님과 이야기를 해서, 수다를 떨어서 그런 듯했다. 가족 외에 사람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건 오랜만이다.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지 꽤 됐다. 가게를 할 때는 가게 일이 워낙 바쁘고 몸도, 마음도 힘들어 사람들과 안부를 묻는 일조차 버거웠다. 그리고 가게를 정리하고부터는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힘들고 싫어졌다. "가게는 왜 그만뒀어?", "지금은 뭐해?", "앞으로 뭐할 거야?", "가게는 다시 할 거야?" 등등의 질문에 대답하는 건 어려웠는데 다들 똑같은 질문을 했다. 나여도 아마 그렇게 묻지 않았을까 싶어 그들을 탓하진 않는다. 내 성격이 까탈스럽기 때문이겠지.
어쨌든 그런 질문을 해오면, 즐겁지만은 않았던 그때를 다시 떠올리게도 되는 것도 싫었고, 수술 후 회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쉬고 있긴 해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라고 대답하는 것도 싫었다. 앞으로 뭐할 건지는 지금 나도 모르는 일이라 대답하기 더 곤란하고. 안부가 궁금해 물어보는 것일 테지만 사람들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는 게 힘들었다. 내 대답에 온전히 이해하고 동감하면 그래도 괜찮았는데 그게 아니라면 대화 후 찜찜함이 남았다. 그러다 보니 내 쪽에서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었고 나에게 오는 연락조차 반갑지 않게 됐다.
그렇게 지내오다 오랜만에 수다를 떠니 가슴이 시원했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었으면 안 시원했을 것 같다. 모르는 분이라 이야기도 편했고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편했다. 그 분과는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서 편했던 것 같다. 아는 사람들은 문자나 전화가 끝나도 이야기가 이어진다. 내 삶을 그들은 계속 보고 있다. 뚫어져라 지켜보는 건 아니지만, 내가 앞으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그들은 듣고 알게 될 거다. 그런 부분에 나는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카페 사장님은 나와 그런 관계가 아니니까 오히려 부담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전에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아주머니가 하시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며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가게를 했던 얘기부터 남편 수술 후 쉬고 있는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전혀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점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가게를 정리하고 일 년이 지났지만 아직은 아니다. 시간이 더 필요한지, 시간이 더 지나도 변하지 않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