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하게 왔다 가는 사람

가게 할 때 가장 좋았던 손님을 생각한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다나카 미호의 책 [나의 작은 헌책방]을 읽고 있는데 굉장히 공감 가는 부분이 나왔다. '21년간 서점을 계속할 수 있었던 까닭은 좋은 손님 덕분이다. 좋은 손님이란 산뜻하게 와서 산뜻하게 가는 바람 같은 사람이다.'라는 부분이다. 나라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가게 분야도 다른데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까 놀라웠다. 한편으론, 가게 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하구나 싶어 반가웠다.


남편과 내가 빵가게를 한 건 5년 남짓으로 오랜 기간은 아니다. 그 기간 동안 손님들을 만나면서 나 역시 산뜻한 바람 같은 손님을 가장 좋아했다. 가게에 들어오면 가볍게 인사, 별말 없이 빵을 고르고 담아주면 계산을 하고, 또 가벼운 인사 후 문을 나간다. 그런 손님이 나의 산뜻한 손님이었다. 그리고 그런 손님으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손님은 한 분이다. 나를 가장 마음 편하게 했던 손님.


가게를 하며 손님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는데, 어떤 이야기든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게에 오시는 손님과의 대화는 긴장되고 어렵다. 칭찬도 마냥 좋지만은 않다. 그분들의 기대를 계속 충족해야 한다는 생각에 슬쩍 부담스럽다. '어디 가면 어떤 가게가 있는데 거기는 어떻더라.' 하는 이야기도 신경 쓰인다. 비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가게에 그 가게 같은 면을 바라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그런 얘기들은 좋은 분위기 속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빵이 비싸다고 말하면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걸 끝까지 숨기지 못했다. 남편은 주로 빵을 만들고 나는 주로 손님들을 대했는데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나에게 잘 맞는 일은 아니었다. 남편이 나보다 경력이 훨씬 많고 실력이 훨씬 좋아서 그렇게 역할을 나누었을 뿐.


그리고 우리 가게의 빵 가격은 낮았다. 그래서 여러 곳의 가게를 다녀본 분들은 빵 가격이 낮다고 놀라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걱정스러웠다. 다른 곳과 비교해 제품의 품질과 맛 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까 봐서였다.


무튼, 이래저래 손님들의 반응은 하나하나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들게 했다. 때문에 별 말없이 다녀가는 손님들이 산뜻한 것이다. 조용히 바람처럼 왔다가 가는 손님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안부를 묻지 말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