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톨렌이 데려간 그때의 크리스마스

슈톨렌은 못 먹겠다고 생각한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슈톨렌이 나왔다. 크리스마스에 먹는 빵. 남편과 산책 겸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에 들린 동네빵집에서 슈톨렌을 봤다. 반갑기도 아니기도 했다. 좋아하는 빵이고 일 년에 한 번 나오는 빵이라 반가운데, 슈톨렌을 직접 만들었던 때가 떠오르면 또 반갑지 않다.

남편과 빵집을 할 때 첫 해에 슈톨렌을 만들었다. 동네에서 반응이 어떨까 싶어 걱정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인데 오후까지도 잘 나가지 않아서 `가족들 선물하고 남으면 내가 다 먹지 뭐'했는데 저녁이 되면서 날아가듯이 팔려 만들어둔 양이 모자랐다.


슈톨렌만 보면 좋은 기억이나, 그때를 떠올리면 좋은 기분이 되지 않는 건 아마 그 무렵이 힘들어서였을 거다. 가게일이 너무 힘들었다. 그때를 일부러 생각하지도 않지만 자세한 기억도 잘 없는 걸 보면 힘들어서 지운 것 같다.


슈톨렌은 그 해 밖에 하지 못했다. 다음 해엔 안 했다. 그때부턴 힘들어서 열정이 좀 사라졌었다. 처음부터 가게에, 가게에만, 너무 모든 걸 아낌없이 쏟아서, 가게일에 점점 열정이 없어졌다. 그래서 결국 가게를 정리하는 결말이 되지 않았을까, 지금은 조금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때를 본다.


남편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슈톨렌 먹을까" 한다. 하지만 난 못 먹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슈톨렌을 앞에 둔다면 많이 울적할 것 같다.


벌써 크리스마스 네요.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할 때 케이크 파트였는데 크리스마스에 엄청난 물량을 만드느라 몸은 많이 고됬지만 같이 일하는 동생들과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를 돌아보면 마냥 즐거워요. 보람 있었죠. 내 가게를 할 땐 그런 재미와 보람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다시 해도 그럴 듯. 그래서 재밌었던 그때가 더 그리워집니다. 그나저나 이전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 먹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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