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일까 후반전일까

40대라는 나이에 대해 생각한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40대 초반이다. 인생으로 치면 어디쯤 일까. 어느 책에서는 인생을 경기에 비유했다. 80세까지 산다고 하면 전반전, 100세까지 산다고 하면 아직 전반전도 안 끝난 나이다. 후반전이라는, 전반전과 똑같은 시간이 남은 나이다. 얼마 안 된 것 같다. 40이라는 숫자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보면 40대는 더 어리게도 느껴진다. 그림을 그리시는 70대 할머니는 "60대만 돼도 날아다니겠다."라고 하시고, 60대 할머니들은 "40대만 돼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겠다."라고 하신다. 이런 말씀들을 듣고 있으면 '40대는 어리네.' 싶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날아다닐 수 있는 나이니까 허투루 보내지 말고, 무엇이든 해서 이뤄야지.' 하게 된다. 2, 30년 후에 '그때 뭐라도 할걸.'후회하기 싫다.


그런데 이 나이가 아주아주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 이력서에 쓰여있는 걸 봤을 때.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갔다. 처음 직장을 구할 때부터 쭉 이용했던 곳인데 일하는 동안 갈 일이 없었으니 계정이 잠들었다. 다시 깨워 이력서를 확인했다. 윗부분에 쓰여 있는 숫자. 40대가 되어서 이력서를 보기는 처음이다. 20대 때 가장 자주 이용했다. 4라는 숫자가 낯설다. 저 숫자 앞에 작아지는 나를 본다. 이력서를 넣기는 많은 숫자 아닐까 자신이 없다. 이력서를 경기에 비유하자면 후반전 같다. 후반전에서도 중반쯤 된 것 같다.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괴리가 크게 느껴진다.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거지. 그러면서도 '이제 남은 4, 50년 정도를 준비할 때야. 반은 더 살아야 해. 섣부르게 결정하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하자. 20대가 아니니까 왔다 갔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잘 결정해서 의미 있게 살자.'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지금은 전반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다. 앞 경기를 돌아보면서 후반전을 준비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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