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느라 쓰는 돈은 아까워. 무지.

남편이 게임을 안 하길 바라는 오늘들

by 구르는 굼벵이

아..... 또 확인하고 말았다. 은행에 가서 공과금을 내고 명세표를 확인했다. 어머, 며칠 전보다 잔액이 확 줄어있다. 무슨 일이야 이게, 거래 내역을 보니 그 사이에 남편 이름으로 결제한 내역이 주르르르륵 나온다. 한 화면을 다 차지한다. 이게 얼마야 하고 덧셈을 시작한다. 산책 겸 같이 나갔던 남편이 어느새 가까이 와있다가 급히 종료 버튼을 누른다.


아이고 머리야. 갑자기 뒷목이 뻐근해진다. 얼음보다 차가운, 시원하고 청량한 맥주가 떠오른다. 남편은 당황해 땀이 쭉 났다. 미안해하며 이제 게임을 안 한다고 하지만 벌써 몇 번째인가. 얼마 전에도 은행에 갔다가 게임에 돈 쓴 것을 알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더는 안 쓰겠거니 했는데 그보다 두 배는 더 썼다. 공과금을 뺀 한 달 생활비를 이번 달 게임비로 썼다. 어휴.


그동안도 꾸준히 그 정도는 써왔지만 더는 그대로 두기 힘들다. 이삿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사를 하면서 돈이 또 많이 들 것이다. 지금은 수입이 없고 은행에 모아두었던 돈으로 생활을 해야 하니 최대한 아끼는 게 유리하다. 언제부터 일을 시작하고 돈을 벌 게 될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게임하는데 돈을.....


다른 취미생활, 남편의 친구들처럼 낚시나 캠핑 같은, 그런 게 있어도 돈은 꾸준히 들 것이다. 게임도 취미니까 돈을 얼마간 씩 쓰는 건 뭐라고 하지 않는다. 수입이 없는 상황이니 그도 되도록 조금 썼으면 하지만, 게임을 안 하면 정말 심심할 테니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그런데 가끔 내가 생각하는 정도를 넘어설 때가 있다.


남편이 그동안 게임하는데 돈을 쓰지 않았다면 둘이 해외여행을 멋지게 꽤 오래 다녀올 수도 있었다. 사는 동네를 벗어나 보지 못한 지 한참 됐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부터 여행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특히나 재작년 겨울 남편이 골반 수술을 하고 나서부턴 걸어서 산책은 다녀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바람을 쐬러 나가본 적이 없다. 고속버스나 기차는 아예 생각도 안 했다.


그리고, 돈도 내 입장에선 무척 아깝지만 남편이 게임을 하고 같이 게임하는 사람들과 채팅을 하며 혼자 웃는 모습을 보면, 재밌으면 좋지 싶은 마음이면서도 왠지 밉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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