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를 사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남편의 군대 얘기를 385번째 들은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초코파이에 관한 영상을 봤다. 그 후 마트에 살 게 있어 갔다가 초코파이가 생각나 한 상자 사 왔다. 남편이 초코파이를 먹으려 식탁에 앉기에 우유를 따라주고 같이 앉았다. 아. 그게 잘못이었을까. 초코파이를 먹지 않을 거면서 같이 식탁에 앉은 거. 아니면, 초코파이를 사 온 게 잘못이었을까.


남편의 군대 얘기가 시작됐다. 벌써 384번쯤 들은 것 같은데. 하지만 내가 사는 나라를 위해 고생한 이야기고 나는 겪지 않은 이야기라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으로 잘 들었다. 오죽 힘들었으면 20년 전 이야기를 지금까지 할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군대에서 선임에게 맞은 이야기는 몇 번을 들어도 듣고 있기가 힘들다. 들을 때마다 화가 울컥울컥. 듣기가 힘들어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지만 가장 힘들었을 때 이야기니 더 잘 들어줘야지 싶어서 꾹 참았다. 남편은 먹던 초코파이도 내려놓고 이야기에 빠져있고, 나는 머릿속에서 자꾸 그려지는 그때의 상황을 지우느라 애를 쓰고 있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길 가다 만나면 복수해 주고 싶다... 는 게 내 속마음.


아무튼. 남편에게 안 좋은 기억을 되살리는 초코파이는 이제 사 오지 않을 테다.


방금 전에는 남편이 무엇을 봤는지 과자 `짱구'와 `신짱'이야기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과자. 그래, 내일은 짱구를 먹어야지. 군대에서 짱구는 안 먹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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