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화를 잘못 샀다.

잘 못한 내 선택에 짜증이 났던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고르고 골라 욕실화를 주문했는데 잘못 샀다. 발이 큰 남편에 맞춰 길이도 길고 볼도 넓은 것으로 고른 것이었다. 후기도 꼼꼼하게 보고 주문했으나 도착한 것을 보니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어머머... 하면서 남편에게 신겨보니 이런. 발이 2/3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실패.


크기만 아니라면 고르지 않았을 욕실화. 크기를 고려하지 않았다면 더 예쁘고 더 낮은 가격의 것도 많았는데. 발에 맞지 않는 욕실화를 보며 짜증이 화르륵 일어났다. 반품을 할까 생각하다 어차피 새 욕실화가 필요는 하니 그냥 신기로. 그래도 어쩌다 잘못 샀을까 나한테 화가 난다. 나의 실수나 잘못은 그냥 넘겨지지 않고 오래 짜증과 화가 난다.


하지만 욕실화 정도는 약한, 무척 무척 가벼운 것이다. 한 2년 전쯤이었나, 인생의 길을 잘못 선택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땐 짜증이 아니라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머릿속이 창백해지는 느낌이었다.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지금 여기 와있다는 생각, 다시 돌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온 길을 돌아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게 머릿속에 펼쳐졌다. 어머나. 나는 곧 온 길을 거슬러 가느니 지금 가는 길을 계속 가기로 마음을 먹으며 등줄기의 서늘함과 머릿속의 창백함을 얼른 떨쳐냈다. 하지만 지금도 그 생각은 어느 정도 계속 가지고 있다.


다만,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있으며 그 길이 더 좋아 보이기 마련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고는 위안으로 삼고 있다. 어. 길을 잘못 왔네. 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그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 이 길을 계속 가다 보면 선택하지 않았던 그 길과 만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잘못 들어섰다면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걸 찾아서 많이 보고 느끼고 즐기자, 이런 생각도 함께 해본다.

잘못산 욕실화도 살펴보니 바닥이 좀 높은 것이 마음에 든다. 지금 신는 것은 얇아서 불편하기도 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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