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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굼벵이 Dec 07. 2022

뻥튀기 차를 만나 신났다.

뻥튀기를 산 오늘

"뻥튀기 사다 놓으니까 좋아?" 부엌 한 곳에 나란히 세워놓은 뻥튀기 봉지를 본 남편이 새삼 묻는다. 좋아?라는 말에 문득 뻥튀기를 사던 몇 시간 전의 풍경이 떠오른다. 좋았다.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신나던 순간이었다.


마트에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아파트 입구 쪽에 뻥튀기 트럭이 와있었다. 트럭에 뻥튀기 기계가 보이고 트럭 앞으로 뻥튀기가 쪼르륵 진열돼있다. 대강 봐도 종류가 많다. 오면서 사야지 생각하고 서둘러 걸었다. 혹시라도 마트에 다녀올 동안 없어지면 안 되니까.


장을 빨리 보고 오니 다행히 아직 그대로다. 이제 뻥튀기를 튀기고 계신지 고소한 냄새가 강렬하다. 손님도 몇 분 계신다. 뭘 살까 이리저리 살펴보다 일단 남편이 잘 먹는 보리강정 한 봉지를 고르고 안 먹어본 것 중에 고르려 또 둘러본다. 아주머니에게 냄새가 정말 좋다고 했더니 지금 튀기는 양파 냄새라고 한다. 양파는 처음이라 진열된 거 중에 어느 게 양파인지 여쭤보니 평범한 둥근 모양의 뻥튀기를 가리키신다. 으응? 하고 있는데 먹어보라며 방금 나온 것을 건네주신다. 먹어보니 양파맛이 진하다. 뻥튀기를 보니 군데군데 자주색 같기도 보라색 같기도 한 부분이 있다. 자색양파를 넣어서 튀긴 모양이다.


양파를 먹으며 인절미라는, 건빵 모양의 뻥튀기를 하나 더 골라서 두 봉지를 샀다. 아주머니가 방금 나온 양파를 몇 개 더 넣어주신다. 오랜만에 만난 뻥튀기가 많이 반갑고 고소한 냄새가 좋아 그 앞에 좀 더 있고 싶었지만 이상해 보일라 집에 바로 들어왔다. 남편에게 양파를 주니 남편도 신기해한다. 인절미는 인절미 가루가 듬뿍 묻어있어서 아주아주 고소하고 맛있었다. 보리강정도 고소하고 달콤하고.


남편이 "좋아?" 하고 물으니 새삼 `좋았지' 하고 생각한다. 뻥튀기를 평소에도 생각하고 먹고 싶어 할 만큼 좋아하진 않는데 뻥튀기 차가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뻥튀기가 아니라 뻥튀기 차를 좋아하는 걸까. 그래서 생각을 해 봤는데 어렸을 때 뻥튀기나 뻥튀기 차에 얽힌 특별한 기억은 없다. 그런데 뻥튀기가 튀겨지고 있는,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그 풍경을 생각하면 따뜻하다. 기분에 온기가 돈다. 어린아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아이처럼 좋아해도, 아이처럼 먹어도 될 것 같다. 그래서 좋아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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