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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굼벵이 Dec 06. 2022

어떻게 알았지?!

남편에게 마음을 간파당한 오늘

날이 추워지고, 더군다나 감기에 걸려 밖에서 활동을 못하다 보니 점점 샤워가 귀찮고 샤워하는 일이 힘들어지고 있다. 여름에는 그냥 있어도 땀이 나고 겨울이어도 하천을 걷거나 산에 가거나 할 때는 땀흘 흘리니까 샤워하는 일이 수월했다. 그러나 요 며칠 집에만 있고 땀 흘릴 일이 없으니 샤워하기가 무척 귀찮아졌다. 그렇다고 씻지 않고는 또 잠을 편히 못 자니 하루의 끝의 끝에 가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 크게 마음을 먹고 욕실에 들어간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씻는 걸 보면 남편은 더러운 여자라면서도 그냥 자라고 한다. 그래도 씻고 나와서 내가 뿌듯한 목소리로 힘든 걸 이겨내고 씻었다고 하면 장하다고 박수를 쳐준다. 귀찮아도 샤워를 하고 나오면 마음이 편하다. 오늘 할 일을 다하고 자유가 생긴 기분이랄까.


오늘도 그렇게 힘들게 씻고 나와 남편에게 자랑스럽게 말하며 "샤워해서 좋은 게 뭔지 알아?" 하고 물었더니 "오늘 이제 안 씻어도 되는 거"라고 말한다. 세상에. 어떻게 알았지?! 정말 모를 줄 알았는데 너무 정확하게 말해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같이 몇 년을 살았는데 그걸 몰라?"라고. 그래도 어머. 이렇게 나를 간파하고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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