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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굼벵이 Nov 25. 2022

`옴 마니 빳메훔'이나 할걸 했었다.

사주를 봐볼까 했던 오늘

이사를 하고 주변을 산책하며 동네를 익히고 있다. 골목골목을 다녀보던 길, 어느 골목에 들어서니 신점을 보는 곳이 여러 군데 눈에 띈다. 이런 곳이 있네, 두리번거리며 걷다 보니 한번 봐볼까 하는 생각이 슬쩍 든다. 편도 그동안 신점 본 적은 없으니 한번 가볼까 한다. 그러나 사주를 봤던, 별 소득 없이 시간과 돈이 아까웠던 때가 바로 떠오른다.


작년쯤, 인생이 표류하고 있다고 느꼈을 때 남편과 주변에 있는 철학관에 갔다.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그 분야를 공부했다는 분이 있는 곳. 만나보니 연세도 높고 해서 사주도 잘 풀어주고 좋은 얘기도 해주실 줄 기대했다.


그러나, 한 두 마디 오가면서부터 잘못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난 날과 시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프로그램을 돌다. 화면을 보며 성격은 어떻고 어떤 일이 잘 맞고를 짧게 얘기해 주신다. 그러고는 끝. 이런 걸 기대한 건 아닌데.


하지만 더 이상 내용은 나오지 않다. 질문을 해도 표면적인 대답에서 그친다. 뭐든 노력하면 못할 것도 없다 두 분이 상의해서 잘해보시라고 한다. 물을 것도 들을 것도 없어 금방 나왔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나오고 남편 기분 안 좋다고 한다. 흐음. 이런 거 이제 안 봐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걸로 해야지, 뭐. 그런 교훈이라도 새겨야 방금 낸 돈이 덜 아까울 것 같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인도 수업」이라는 책을 읽는데 이런 글귀가 있다. `어리석은 자를 스승으로 모실 바에야 그냥 옴 마니 빳메훔이라 해라' 티베트 속담이란다. 스승으로까지 생각하고 간 것은 아니었으나, 그냥 집에서 옴 마니 빳메훔이나 할걸 그랬다는 생각이 었다.

그래, 그때 일을 교훈으로 삼았으니 또 혹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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