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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굼벵이 Mar 05. 2023

두근두근이 진정되는 중

오랜만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보려는 오늘들

면접을 보고 왔다. 너무 떨려서 목소리도 덜덜. 면접 순서를 기다리면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 두리번두리번 대기실과 사람들을 보고 있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세상에.


얼마 전 아파트 공지란에서 경기도 지원 사업으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 참여자 모집 공고를 봤다. 교육이 끝나면 일할 기회도 준다고 한다. 교육비는 무료.

구인구직 사이트 여러 곳을 훑었는데 이력서 넣을 곳이 없어 무겁고 어둡던 중에 무척 반가웠다. 사진과 이력서를 갖고 교육처로 가서 신청해야 한다고 해 얼른 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많아지고 그러면 주저주저 못할 수도 있으니 행동을 먼저 해야 한다.


신청 접수를 하러 가서는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아서 꼭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면접. 교육생보다 신청자가 많기 때문인지 면접이다. 면접은 다섯 분이 보셨는데 신청자도 다섯 명씩 들어가 같은 질문에 차례로 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대답을 할 때마다 면접관들이 바쁘게 종이를 넘기며 무언가를 적기도 하고 표시도 했다. 교육에 잘 참여할 수 있는지,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무리 없이 할 수 있는지가 주된 질문이었다.


눈앞도 머리도 조금은 하얗게 돼버린 상황에서 애써 생각을 굴려가며 대답을 하고 면접장을 나왔다. 나오고 나서도 한참 가슴이 콩닥콩닥.


사실 공지를 보고 신청해 봐야지 했을 때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처음엔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어서 신나는 두근두근 이었고 나중에는 이런 과정에 참여하는 게 처음이고 해보지 않았던 분야라 두근두근했다. 걱정의 두근두근. 생각만 하다 못할까 봐 얼른얼른 진행했지만 계속 머릿속에서는 백만 가지 생각이 자라나고 있었다. 프로그램 참여 괜찮을까, 힘들지 않을까, 해보는 게 맞는 걸까, 이것으로 미래가 어떻게 바뀌려나, 이 이후에는 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등등. 그래서 머릿속은 조금 하얗게 조금 질린 상태였다. 스스로도 이게 그럴 일인가 싶어 가족들에게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계속 그랬다.


지금은 면접의 콩닥콩닥은 사라졌다. 면접 때의 장면이 계속 떠올라 내가 대답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서 멈췄다. 지나갔으니까 뭐. 그동안 머릿속에 소용돌이치던 이런저런 생각도 면접의 콩닥거림과 함께 멈췄다. 합격하면 그쪽으로 가고 아니면 다른 길을 찾고, 간단해졌다. 그런데 결과가 나오는 날에는 또 두근두근 하얗게 될 것 같다. 그러나 그것도 하루면 멈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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