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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굼벵이 Oct 02. 2023

멘소래담과 파스와 박카스

본격적으로 어른의 세계에 들어간 것 같은 오늘들

지난달 9월 마지막 2주는 일이 많았다. 그 앞에도 일이 없는 편은 아니었다. 프리랜서라 마음대로 날짜와 장소를 선택해 일할 수 없다. 그래서 일이 있을 때 하자는 게 내 마음이었다. 무리가 될 줄 알면서도 스케줄을 잡았다.


정리수납컨설팅은 일단, 노동이다. 일은 하는 일정이 줄줄이 있던 첫날, 일을 시작하자마자 엉치뼈부근이 아파왔다. 많이 아프진 않아서 그날일은 무사히 마쳤다. 집에 와 남편에게 말하니 일하면서 다친 것 같진 않고 그 전날 요가할 때 무리해서 근육이 놀란 것 같다고 했다. 체력을 기르고자 근력 키우는 요가를 했던 게 원인이었나. 그동안은 스트레칭 위주의 요가를 했는데 일을 시작하고는 근력을 키우는 요가를 주로 하고 있다. 남편은 전에 헬스를 오래 했어서 그의 견해는 믿을 만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자마자 아팠고, 무거운 것을 들거나 불편한 자세로 오래 있다거나 한 뒤 아픈 것은 아니었으니까.


멘소래담을 듬뿍 바르고 아픈 부위를 마사지해 줬다. 통증부위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신기했다. 멘소래담을 바를 생각은 남편이 했다. 아직 어른의 세계에 들어가지 않은 나는 맨소래담을 생각하지 못했다. 병원에 가야 할까 정도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세계. 그러나 일을 6일 연속으로 나가야 해서 병원에 갈 시간은 없었다. 나에 비해 어른의 세계에 발을 넣고 있는 남편은 멘소래담과 파스를 생각해 냈다. 며칠 동안 저녁마다 멘소래담을 바르고 마사지를 해주니 통증이 거의 없어지고 움직임이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이제는 파스를 붙이기로.


한편 멘소래담과 파스에 비해 박카스는 내가 비교적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어른의 세계다. 너무 피곤했던  날, 믹스커피 2개로도 해결이 안 되어 일을 하러 가며 박카스를 한 병 사 먹었다. 그리고 일을 하며 메가커피 아이스아메리카노까지 한 잔 마시자 원래의 기운이 느껴졌다. 박카스는 이후로도 두 어번 더 사 먹었다. 연속된 일이 끝나고서도 피곤이 쉽게 풀리지 않아 힘들었기 때문이다.


멘소래담과 파스와 박카스. 이 세 가지의 도움을 받으며 일을 하니 본격적으로 어른의 세계에 들어간 기분이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바르고 붙이고 마시던 것을 내가 바르고 붙이고 마신다. 고단한 노동의 세계, 밥벌이의 세계, 삶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세계에 나도 발을 들인 것 같다.


예전에, 월간지를 만들던 때에도 야근에 철야에 밤샘에 힘들었고 케이크를 만들던 때에도 긴 시간 노동에 힘들었지만 그런 것들에 기대지 않았었다. 멘소래담과 파스와 박카스가 있는 세계를 끝내 모르고 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난 지금도 그 세계에서 슬쩍 나오고 싶다. 장막을 살짝 걷어 엿본 것으로 하고 다시 회전목마가 도는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 멘소래담을 바르고 파스를 붙이고, 박카스를 마시는, 고단한 세계는 모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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