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액자, 상장, 만료된 여권, 편지, 일기, 여행기념품. 이것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다면? 얼핏 공통점이 없어 보이나 이들은 모두 '추억'이라는 이름아래 하나가 된다. 아이가 있는 가정은 처음 났던 이빨, 배냇저고리, 젖병, 쪽쪽이, 놀이방에서 만든 작품집, 그림 등등이 추가되기도.
정리수납일을 하면서 난 언제나 이 '추억'이라는 카테고리가 갸우뚱했다. 책상, 책장, 거실장, 팬트리, 화장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물건이 추억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다. 이렇게 모아주는걸 고객들도 좋아하는 눈치다. 잊고 있던, 때로는 찾고 있었던 추억들을 찾아 한 곳에 정리해 주니 그런 것 같기도. 혹 그중에 이제는 버리고 싶은 게 있냐 물어보면 하나하나 살펴보며 진짜로 추억에 젖기도 한다.
추억할 물건을 모아서 보관한다는 건, 추억이라는 상자를 갖고 있다는 건 멋지고 뿌듯한 일인데 내가 갸우뚱 하는 건 그것이 머물게 되는 장소 때문이다. 지금 자주 쓰는 물건, 지금 중요한 물건들에 좋은 자리를 내주고 추억은 늘 손이 잘 닿지 않는 팬트리 위쪽 구석이나 아래쪽 구석에 들어간다. 꼭 팬트리가 아니어도 어디든 손이 닿기 어려운 구석자리를 차지한다. 현재에 밀려 과거는 힘이 없다. 사람들은 현재를 보고 미래를 산다. 과거는 보관함에 담겨 닫힌다.
그럼 이 추억은 언제 나오게 될까. 내가 보기에 그 과거는 꼼짝 않고 그 자리를 지키다 이사할 때쯤 그대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여간해서는 꺼내보기 쉽지 않은 자리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는 추억을 꺼내볼 여유가 사람들에게 있을까. 그래서 나는, 그런 추억을 갖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사진이든 물건이든 보아야 추억을 할 텐데 그렇게 담겨있으면 추억할 수 있을까. 단지 '추억이 담긴 상자를 갖고 있어'만으로 좋은 걸까. 자주 추억할 수 있게 좋은 자리에 보관해 주고자 노력은 늘 하지만 늘 현재의 물건에 자리를 뺏기는 추억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늘도 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