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말고 수락산
수락산이 보이자 마음이 편해진 오늘
수락산이 보이는 의정부에 산다. 집에서 북한산도 보인다. 수락산은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보이고 북한산은 고개를 돌려야 보인다. 둘 다 걸어서 갈 수 있는데 수락산이 훨씬 가깝다.
도봉구로 일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정리수납컨설팅. 살던 집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들어가며 옷정리를 의뢰한 고객이었다. 힘든 작업이었다. 옷이 너무너무 많은데 비해 수납공간이 너무너무 적었다. 설상가상 붙박이장을 잘못 짰다. 어찌어찌 일을 마무리하고 대표님과 작업에 대한 얘기를 마친 후 집에 오는 버스를 탔다. 도봉을 지나 의정부로 가는 버스. 사람이 많아 서 있는데 밖으로 북한산이 보였다. 별 감흥 없이 단지 스치는 풍경이었다.
그러다 버스가 의정부로 진입했다. 수락산이 보였다. 그런데. 수락산을 보는 순간 마음이 풀어지고 편안해졌다. 동네에 왔구나 하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의정부로 이사 와서 이런 감정을 크게 느낀 건 처음이었다. 노원에서 의정부로 이사 온 지는 2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 경기도민이 다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힘들고 긴장을 많이 해서 더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마음이 편하면 됐지 뭐. 의정부에 살다 보니 전에 살던 노원에 가면 정신없고 복잡하다. 나는 참 간사한 사람인가. 아니면 적응을 잘하는 사람 일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