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하철을 또 잘못 탔다.

7호선을 반대로 탄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7호선을 제대로 탈 수는 없는 걸까.

중화역에서 집에 오는 거였다. 의정부니까 위 방향. 장암행이 2분 뒤에 오는 걸 보고 부랴부랴 내려갔다. 플랫폼 의자에 앉아 방향과 시간을 알려주는 안내판을 보니 6분 후에 온단다. 위에 뜬것과 다르네, 기다렸다 탔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자리가 있어 앉았다. 다음 역은 상봉. 상봉에서 얼마쯤 걸리나 계산해 보고, 딴생각하다 내릴 역을 지나치지 말아야지 했다. 앞에는 엄마, 아빠, 어린 남자아이가 있는 가족이 앉아있다. 한참을 왔는지 지하철에 앉아 있는 게 지겨워 보이는 아이가 꼼지락꼼지락. 옆에서 잠든 엄마를 깨워 어디까지 가는지 묻는다. 대답은 자양동. 어, 이거 그 방향 아닌데..라고 생각을 하는데 다음 역은 군자. 아, 내가 잘못 탔네. 또 반대로 탔네. 가방은 무겁고 집에 갈 시간은 길어졌고, 아...


돌아오며 왜 잘못 탔을까, 왜 7호선은 자꾸 반대방향으로 탈까 생각했다. 오늘도 중화에서 개찰구 부근 시간이 뜨는 안내판은 장암행을 찾아 확인했으나 내려가서 온수행 글자를 보고는 그게 내가 갈 방향이라 여겼다. 상봉역은 중화역 아래 있는데 위에 있다고 착각.


지금까지 내가 잘못 탄 이유는 다, 장암행을 타야 하는 걸 알면서 온수행이 보이면 그게 내가 갈 방향이라 여겼기 때문인 것 같다. 귀소본능인가. 나는 온수행이 익숙하다. 출근을 위해 많이 타서.


일했던 곳들, 그 지역들을 나는 아주 많이 좋아했다. 지금도 좋다. 광화문, 논현 그 부근. 주말, 휴일 관계없이 출근할 때가 많고, 야근, 철야를 많이 하며 외부일이 없을 땐 사무실에서 살다 보니(월간지를 만들었다. 기자시절) 그 지역에 정이 많이 들었다. 고향 같은 느낌. 지금도 그쪽에 가면 반갑고 좋다.


그래서 자꾸 그쪽으로 가려고 하나보다. 지금 살고 있는 의정부도 좋은데 보낸 시간이 그쪽이 길다 보니 익숙함에서 의정부가 밀리(?)는 것인지.


이제는 집에 돌아올 때 7호선 타는 게 무섭다. 실수를 안 하려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보는데도 자꾸 온수행을 타니까. 이제부턴 방향을 보지 말고 다음 역으로 확인을 하고 타볼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반대로 갔어도 돌아올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