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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구하는 건 결국 나였다.

드뷔시의 '달빛'을 들은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2월, 일을 많이 해서 그런가. 정리수납전문가는 프리랜서. 일을 연속하기도, 연속 쉬기도 한다.


일을 연속하면 아무래도 긴장상태가 계속된다. 같은 에너지로 밖의 일을 쭉 하고, 나도 집안도 평소처럼 돌보려면 방심할 수 없다. 방심하면 피곤하고 피곤함을 느끼면 어느 한쪽은 조금이라도 무너진다. 그게 싫어서 계속 긴장상태. 늘 완벽하고 싶은 욕심 때문일지도.


게다가 2월은 남편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해서 쉬는 날도 온전히 쉬지 못했다. 증명사진도 같이 찍으러 가고 이력서도 같이 수정하고 면접준비도 같이 하고 시간이 되면 면접 보러도 같이 갔다. 그래서인지 덩달아 나도 긴장. 지금은 괜찮은 곳에 합격해 첫 출근을 앞두고 있는데 출근하는 길이 쉽지 않아(대중교통으로 시간 맞춰 가기가 어렵다.) 아직도 걱정과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나도 일이 몇 개 더 잡혀있기도 하고.


어떻게 해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고 책도 손에 잡히지 않아 유튜브를 켰다. 홈 화면에 드뷔시의 '달빛'연주가 보인다. 좋아하는 음악인데 잊고 있었네. 영상을 누르니 흐르는 달빛에 마음이 단번에 평온해진다. 왜 진작 이 음악을 들을 생각을 못했지. 이 영상이 떠서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이 영상이 뜬 건 내가 과거에 이런 영상을 봤기 때문인데...그렇다면 지금의 나를 구한 건(?) 과거의 나잖아, 하는 깨달음이.


누군가가, 아니면 미래의 내가, '지금 너한테는 이 음악이 필요해'해서 내 유튜브에 영상을 뜨게 한 게 아니라, 과거에 내가 비슷한 영상을 봤기 때문에 알고리즘으로 그 영상이 뜬 거니까, 결국 나를 구한 건 나였다. 그래, 나를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건 나뿐이지, 깨달은 오늘. 더 적극적으로 나를 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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