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세요."라는 인사

버스와 나

by 구르는 굼벵이

의정부에 사는 나는 서울에서 돌아올 때 가끔 광역버스를 탄다. 일반버스보다 요금이 높아 보통은 지선버스를 타고 피곤할 때나 몇십 분이라도 빨리 집에 오고 싶을 때 광역버스를 이용.
광역버스는 출입문이 한 개라 내리는 사람이 먼저 내리고 타는 사람이 탄다. 나는 출입문이 두 개라 따로 타고 내리는 버스에 익숙해 사람이 내린 후에 타야 한다는 걸 종종 까먹는다.

며칠 전 퇴근 때도 그랬다. 편하게 오려고 광역버스를 선택. 타려는 버스가 왔는데 앞에 선 사람이 안 타고 있었다. 내가 먼저 타라고 양보하는가 싶어 먼저 들어가려고 하니 사람이 내린다. “죄송합니다.”하고 얼른 뒤로. 그러나 민망한 나는 버스를 그냥 보냈다. 뒤에 같은 방향의 다른 버스가 오는 걸 알고 있었다.

다음 버스가 서자 새 마음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이번에는 내리는 사람이 있나 안을 먼저 살핀 후 기사님을 봤다. 내리는 사람이 없거나 다 내리면 기사님이 알려주신다. 이번에도 기사님은 고개를 끄덕. 타도 좋다는 의미. 안에 들어가니 나밖에 없다.

편하게 와 내릴 때가 됐다. 버스가 서고 교통카드를 찍고 “감사합니다.”인사. 기사님은 “잘 가세요.”하신다. 아까의 끄덕과 수미쌍관인 느낌. 타도 좋다는 긍정의 끄덕과 잘 가라는 인사. 잘 가라는 말이 안녕히 가라는 말보다 좋았다. “안녕히 가세요.”는 형식적인 인사 같은데 “잘 가세요.”는 정말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잘 가라는 바람이 담긴 느낌. 그래서 눈이 언 빙판길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최선을 다해 집까지 잘 왔다. 이런 잠깐씩의 예상 못한 온기가 나의 삶을 훈훈하게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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