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커트머리

내 머리가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by 구르는 굼벵이

긴 머리를 묶고 다니다 커트에 가까운 단발을 한 후 미용실에 자주 가게됐다. 처음에 한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자라난 머리를 계속 잘라주어야 했다. 귀찮은 일이었다. 미용실 갈 때를 넘겨 단발이 되자 다시 길러볼까 하는 마음도 생겼다. 미용실에 갈까 말까 하던 차, 어느 날 저녁 갑자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잘라야지 하는 마음이 생겼다. 다니던 미용실 말고 아파트상가 새로 생긴 미용실에 갔다. 궁금했는데 남편이 다녀와보고는 괜찮다고 했다. 남편의 머리상황도 괜찮았다.


그러나 미용실은 예약손님이 있었다. 어쩌지, 하는 곤란함과 미안함이 보이는 얼굴에 웃음 지으며 어디를 얼마나 자를 건지 물어보며 다가오는 사장님. 내일 스케줄을 묻자 오전에는 된다고 하시는데 그녀의 친절한 태도가 나는 왜인지 부담스러워 뒷걸음질로 나왔다. "내일 확실하진 않으신 거죠?" "네.. 내일 봐서요..." 그러고는 원래 다니던 곳으로 뛰어갔다. 꼭 지금 자르고 싶어. 최고 기온이 영하 5도쯤 되는 날이었으나 추운 건 상관없었다.


그리하여 다니던 미용실에 도착. 그런데 거기도 파마손님이 있어 짬을 내기 곤란해 보였다. 기다릴까요, 내일 다시 와도 돼요. 원장님 두 분은, 오래 기다리셔야 돼요, 추운데 오셨는데, 파마는 10분 더 놔둬도 돼요. 그래서, 곤란한 시간에 와 죄송해요, 드라이 안 해주셔도 돼요, 머리만 얼른 자르고 갈게요.


그래서 머리를 자르고 마트에 들렀다 집에 왔다. 그런데 두둥! 내 머리는 커트가 되어 있었다. 계속 다니던 미용실인데, 긴 머리를 단발로 해주신 것도 그 원장님인데, 커트는 나한테 안 어울린다고 하셨었는데... 추우니까 길게 잘라야겠다고 하실 때 가만있을걸 그랬나. 미용실에 자주 오기 귀찮아 괜찮다고 짧게 잘라달라고 한 건 처음 짧은 단발을 했을 때의 길이를 말했던 건데...


그래서 내 머리는 정말 어쩌다가 커트가 되었다. 전부터 한 번 해보고 싶긴 했으니 괜찮다. 커트가 안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됐다. 편하긴 엄청 편하다. 가만있어도 머리카락은 자라니 한 두 달이면 다시 단발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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