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대화

오징어를 사며 어른 같다고 생각한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오징어를 사면서 내가 어른 같았다. 잠깐 어른 놀이를 한 기분이었달까.

물론 나이로 보면 나는 당연한 어른이지만, 정말 어른은 나이로만 정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오늘은 장을 보러 재래시장에 갔다가 시장 안에 있는 마트에 들어갔다. 마트 안에는 고기를 파는 곳과 수산물을 파는 곳이 따로 있다. 수산물 쪽에 가니 오징어들이 얼음 위에 누워 있었다. '속초 오징어 세 마리 만 원'이라고 쓰여있길래 '내가 좋아하는 동해 속초라니 반가워!' 하는 마음으로 그 오징어를 사기로 결정.


사장님께 손질해 주시는지 여쭤보고 "속초 오징어 주세요." 했더니 종류가 두 가지란다. 사장님이 가리키시는 걸 보니 오징어들이 들어있는 상자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건 세 마리에 만 이천 원 이었다. 만 이천 원 하는 쪽이 이 천 원 차이만큼 보다 더 좋아 보여 그것을 사기로 했다. 오징어를 손질하시는 동안 "오징어가 맛있어 보여요." 했더니 이건 가까운 데서 잡힌 거고 다른 쪽은 먼 데서 잡힌 거라며 차이점을 설명해주신다. 사장님도 예전에는 모르셨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문득 '뭔가 이건 어른의 대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대화는 시장에서 엄마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장은 주로 큰 마트에서 보는데 그곳에선 얘기를 나눌 일이었다. 장을 보고 요리도 하지만 남편과 둘만 먹을 거라 조금씩 하니까 언제나 소꿉장난 같다. 그러다 이렇게 오징어에 대한 대화를 하니 갑자기 어른의 세계로 들어간 것 같았다.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장님이 나를 똑같은 어른으로 대해 주시는 것도 신기하고. 이러고 보면 나는 나를 아직 어린아이로 보는 건가. 그래도 난 사회생활도 잘했고 집에서는 믿음직한 첫째인데.


그렇게 산 오징어는 통통하고 싱싱했다. 고추장 양념에 볶아 남편과 맛있게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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