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듬뿍 담긴 날, 집에서 조금 먼 공원에 남편과 산책을 갔다. 나란히 걷다 풍경이 예쁘면 멈춰 사진을 찍고, 그러면 그 사이 앞서 나간 남편에게로 살짝 뛰고. 그렇게 공원을 걷고 있었다. 공원엔 바닥에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남편은 다람쥐가 먹어야 하는데 못 먹은 거 아니냐며 걱정을 한다. 여기에 다람쥐가 사는지 안 사는지 잘 모르니까 나는 걱정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
그렇게 남편은 천천히 걷고, 나는 걷다가 사진을 찍다가를 반복하며 각자의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사진을 찍느라 뒤쳐졌던 내가 앞서있는 남편에게 뛰어가니 기다리고 있던 남편이 내 손을 펴 손바닥에 무언가를 쥐어준다. 작은 물체라 조심스레 손바닥을 펴 보니 깨끗한 도토리 한 개가 있다. 남편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새삼 놀란 나. "나밖에 없지?" 하는 남편. "응, 여보밖에 없지." 마음이 간질간질.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는 많았지만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 멀쩡한 걸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찾았지. 또 어떻게 나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까.
그 뒤론 사진 찍는 걸 멈추고 남편 손을 잡고 걷다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가 구슬 게임을 하게 되면 내 구슬 다 줄게." 오징어게임 중 구슬 게임의 내용으로 남편에게 도토리에 대한 내 감동을 전했다. 하지만 남편은 오징어게임을 무서워서 다 보지 못해 내용을 모른다. 그래도 괜찮아. 어쨌든 지금 내 마음이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