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호~'해주는 책

나처럼 안온을 꿈꾸는 사람을 만나 쉬었던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기」 안소현 작가의 그림 에세이다. 읽고 싶어서 제목을 적어둔 책이었다. 도서관에 신간으로 들어왔길래 바로 가서 빌렸다. 책 뒷면에 `안온은 나의 꿈이 되었다.'는 글귀를 보니 서둘러 빌려오길 잘했다고 싶다. 안온을 꿈꾸는 사람이 나 말고도 있구나, 반가운 마음이다. `있겠구나'는 했지만 이렇게 만나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안심이 된다.


하긴, 책은 제목부터가 안심을 주었다.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기, 공간과 빛이 주는 위안」 잠시 쉬어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있을까. 위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없겠지. 마음을 놓일 수 있는 책이겠구나, 제목을 보고 짐작했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어떤 이유로든, 어떤 형태로든, 지금 마음이 좋지 않다면 이 책이 무척 도움이 될 것이다. 심리학 책이나 철학책, 자기계발서보다 이런 책이 아픈 마음에 더 확실한 연고가 되지 않을까. 읽으면서 작가의 마음에 내 마음이 얹어졌다. 나랑 비슷하네, 내가 그래서 이런 거구나, 나도 이렇게 마음먹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


그림도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었다. 본 적은 없지만 보고 싶었던 그림들. 원했던 그림이 여기 다 있네. 차분하고 평온하고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그림. 끊임없이 잔잔한 물결을 얻으려 애쓰는 나는, 이렇게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것들이 필요하다. 한 번에 훅-하고 파도를 가라앉혀 차분하게 하는 그림들. 작가는 자신이 안온을 느낀 풍경을 그리기도 하고 안온을 느끼려 그리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보는 내가 같은 감정을 가지는 것이리라. 움직임 없는 깊은 마음의 심연, 고요만 있는 그곳으로 그림이 데려가 준다. 그림과 함께 시 같은 에세이들이 그 힘을 더한다.


가끔 저 먼 너머에 누군가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주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지켜보다가 안 되겠다 싶을 때 하나 씩 꺼내 주는 초콜릿이나 약 같은 것. 지금은 그게 이 책이다. 이 책을, 작가를 만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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