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에서 바나나킥 냄새가 나다.

바나나에게 미안했던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바나나를 먹는데 바나나에서 바나나킥 냄새가 났다. 바나나 모양의 부드러운 과자 말이다. "바나나에서 바나나킥 냄새가 나."하고 말했다. 그리곤 곧 '앗, 바나나에게 미안한데'하는 마음이 들었다. 바나나가 먼저 있고 바나나를 본떠 바나나 향이 나게 바나나 과자를 만들었을 텐데, 바나나에게 바나나 과자 냄새가 난다고 하다니. 반대로 바나나 과자를 먹으면서 "바나나 냄새가 나."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비슷한 예로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그림 같아."하고 말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런 표현이 맞는 건가'하소 고민한다. 곰곰 생각해 봤지만 아직 답은 내리지 못했다. 이쪽도 자연이 먼저 있고 자연을 보고 그린 그림이 나중일 테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 이상향의 자연을 상상해서 그린 그림도 있을 테니까. 그래서 멋있는 풍경을 보면 `이상적인 풍경이다', `상상 속 풍경 같다'는 의미로 "그림 같다."라고 하는 걸까. 어쨌든 이도 자연이 들으면 섭섭할 일이다. "나는 실제 하는 아름다움이라고. 내가 있으니까 나를 보고 상상도 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상상을 한다 해도 어딘가에는 상상을 뛰어넘게 아름다운 내가 존재하고 있다니까. 나의 존재는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지." 하는 마음일지도.


하지만 바나나 쪽은 명백하게 바나나가 먼저니까 바나나를 먹으며 바나나킥 냄새가 난다고 하는 건 바나나가 들으면 서운할 일이다. 변명하자면, 그만큼 보드랍고 사르르 녹는 듯한 향기가 난다는 말이었어. 음. 더 속상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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