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는 걸 안 알려준 줄 알다.

남편에게 서운할 뻔했던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며칠 전 저녁, 눈이 오고 있었다. 저녁 청소를 마치고 커튼을 치면서 밖을 보니 눈이 솔솔 온다. 방금 밖에 나갔다 온 남편이 아무 말 없었는데.

"여보, 눈 오는데 말 안 해준 거야?"

"방금 말했어. 눈 온다고."

"애정이 식어서 말 안해준 줄 알았어."


청소기를 돌리느라 남편 얘기를 못 들었나 보다. 하마터면 서운할 뻔했다. 눈 오는 걸 알고도 말 안 해주면 서운하지. 비도 그렇지만, 눈은 더 그렇다. 비처럼 1년 동안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도 비보다 로맨틱하달까. 그래서 눈 오는 걸 보고도 말 안 해주면 더 서운할 것 같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게 사랑이 식었다고 느낄 정도의 일인가 싶다. 눈 온다고 얘기한 걸 못 듣고는 말 안 한 줄 알고 순간 왜 서운했을까. 그런데 한편으론 그런 게 사랑이지 않나도 싶다. 비나 눈이 오는 걸 발견했을 때 "비가 오네", "눈이 와" 하고 얘기해주는 것.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나는 그런데 남편도 얘기를 잘해주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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