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번갈아 아프다.

남편 차례가 된 오늘

by 구르는 굼벵이

24시간 남편과 함께 있다 보니 감기 같은 것도 함께 걸린다. 얼마 전 둘이 "몸이 살짝 안 좋은데" 하다가 나한테 감기 증세가 먼저 왔다. 몸이 이상하게 긴장된 날이 있었는데 그다음 날 일어나니 목이 부었다. 다른 증세는 없고 목만 아팠는데 남편이 사다 준 약을 먹으니 부기가 가라앉고 아픈 것도 없어졌다. 집에 있던 판피린만 먹을 생각이었는데 남편이 약국에서 약을 사다 줬다.


남편은 병원에 가자고 잔소리를 해댔으나 병원 가면 약을 많이 주는데 약을 많이는 먹기 싫어 안 갔다. 일할 때는 일하는데 힘이 드니까 병원에 가서 약을 먹었는데 그래도 일주일은 지나야 나았다. 감기는 병원 가면 일주일, 안 가면 7일이 지나야 낫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일도 안 하고 집에 있으니 병원에 안 가고 낫겠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약국에서 사 온 약도 안 먹고 싶었는데 남편이 사다준지라 눈치가 보여 먹었다. 그런데 효과가 있어서 먹기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판피린은 먹으면서 약국 약은 안 먹겠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그렇게 내가 어지간히 나으니 불안 불안하던 남편의 증세가 튀어나왔다. 이제는 남편 차례인가. 내가 먹던 약을 남편이 이어서 먹는다. 병원 가자고 할 때 갔으면 안 옮았을 거라고 구박하면서 약을 먹는다. 그러면서도 남편이라도 가서 진료를 보자니깐 안 간다. 역시 우리는 똑같다. 똑같이 서로의 말을 안 듣는다.


둘이 지내다 보니 아픈 것도 같이 앓는 편이다. 그런데 그럴 경우 증세가 동시에 나타나진 않는다. 보통은 남편이 먼저 아픈데, 남편이 아프기 시작하면 내 증세는 멈칫한다. 나까지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일까. 그러다 남편이 어지간해지면 긴장이 풀리면서 나도 증세가 시작된다.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먼저였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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